'2035년까지 연 351조원 부담'에 개도국 "너무 적다" 반발
밤샘 협상 이어져…"선진국들, 연 421조원으로 부담금 상향 합의" 보도
섬나라·최빈국 대표단 회의장 나가기도…COP29 의장 "협력 강화" 촉구
(파리·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진행 중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선진국 분담금을 둘러싼 이견으로 진통 끝에 결국 예정된 폐막일을 넘겼다.
23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회의는 당초 22일 폐막 예정이었으나, 결국 예정된 합의 시한을 넘겨 치열한 협상이 계속됐다.
COP29 의장단은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달러(약 1천826조원)의 기후 대응 재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 중 연 2천500억달러(약 351조원)를 선진국이 부담한다는 합의문 초안을 지난 21일 공개했다.
선진국 부담액 2천500억달러는 2009년 설정된 목표 1천억달러(약 140조원)의 2.5배 수준이지만, 기후변화의 위협에 노출된 개발도상국들은 그동안의 책임이 큰 선진국이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단은 밤샘 협상에 들어갔다.
존 포데스타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이날 오전 4시께 AP에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늦은 오전까지도 회담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주최국 아제르바이잔은 당초 폐막일인 전날까지 만장일치로 합의문이 채택되길 바랐지만, 이번에도 공식 일정을 넘긴 셈이다.
작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8차 총회는 하루를 넘겨서, 재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총회는 이틀을 넘겨 폐막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합의에 따라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최소 5천억달러(약 703조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선진국들의 실제 부담은 훨씬 낮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 국가는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혹서, 혹한 등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후로 타격을 입었다. 그 피해를 보상하고, 청정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금 부담을 안게 되는 선진국의 일부 대표들은 자국 경제의 어려움 등을 거론하며 2천500억달러가 현실적인 수치라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협상 끝 선진국들이 분담금 인상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선진국들이 분담금을 2035년까지 연간 3천억달러(약 421조원)로 올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80여개국으로 구성된 소규모 섬나라들과 최빈국 대표단은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는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말라위 협상 대표인 에반스 데이비 은제와는 회의장을 떠나면서 "이 문안은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의견이 반영될 때까지 회의장을 떠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수자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환경 장관도 언론에 "우리는 협상하기 위해 여기 왔지만 현재로서는 우리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회의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파나마의 한 협상가도 새 금액 역시 여전히 적다고 지적했다고 AP는 전했다.
이 협상가는 "이는 모든 다자간 협정에서 선진국이 항상 우리에게 하는 일"이라며 "계속해서 밀어붙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우리를 지치고 배고프고 어지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유럽 싱크탱크 E3G의 올던 마이어는 협상단은 이제 실수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마이어는 "그들은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이 무엇이든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과 내일, 장관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임계질량을 잃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환경부 장관이기도 한 묵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은 일부 대표단이 회의장을 나가는 등 협상이 난항을 겪자 "우리 모두 바쿠를 떠날 때 핵심 목표에 대한 좋은 결과 없이 떠나고 싶지 않다는 걸 안다"며 "남아 있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서로 간 협력을 더 강화해주길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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