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파이어 아레나서 내한공연…돌발상황 대처하는 여유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안녕하세요, 13년의 기다림 끝에 우리가 돌아왔습니다. 오늘 정말 재밌을 거예요!" (셰인 필란)
반짝거리는 검은색 재킷을 입은 웨스트라이프 멤버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객석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관객들은 초록색 풍선을 흔들며 연신 함성을 터뜨렸다.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사이 멤버들은 어느덧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말하는 중년이 되어 있었지만, 패기 있는 표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이들의 무대에서는 여전히 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23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내한공연을 개최한 웨스트라이프는 시대를 넘나드는 명곡으로 공연장을 메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1998년 결성된 웨스트라이프는 5천500만장 넘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아일랜드 출신 팝 밴드다. '업타운 걸'(Uptown Girl), '마이 러브'(My Love) 등 부드러운 화음을 앞세운 히트곡으로 2000년대 국내외에서 널리 사랑받았다.
이들은 2012년 팀을 해체했으나 2018년 결성 20주년을 맞아 재결합한 뒤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멤버 4명 가운데 마크 필리는 현재 건강 문제로 투어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3인조로 무대에 올랐다.
웨스트라이프가 내한공연을 개최한 것은 2011년에 이어 13년 만이다. 당초 7월에서 11월로 공연을 한 차례 연기한 이들은 이날 공연을 끝으로 2년간의 월드투어를 마무리했다.
'월드 오브 아워 오운'(World of our Own)으로 공연을 시작한 웨스트라이프는 여유로운 몸짓으로 화음을 쌓아나갔다. 이어진 '아이 레이 마이 러브 온 유'(I Lay My Love on You)에서는 힘 있는 독창을 선보였다.
다만 초반부 공연 진행은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멤버 니키 번의 목소리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순간도 있었고, 노래를 시작하기 전 세션의 기타 연주에 문제가 발생해 세트리스트를 즉석에서 바꾸기도 했다.
돌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멤버들은 베테랑답게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니키 번은 관객에게 제일 좋아하는 웨스트라이프 노래가 무엇인지 묻고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팬이냐"며 농담을 던지는 등 분위기를 전환했다.
음향 문제를 빠르게 해결한 뒤로는 녹슬지 않은 가창력으로 '낫싱스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 '업타운 걸'(Uptown Girl) 등 대표곡을 연신 들려줬다.
'스웨어 잇 어게인'(Swear it Again)에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화음을 쌓는 가운데 현악기 연주를 얹어 호소력을 더한 점이 돋보였다.
키안 이건은 "예전 노래를 부를 때면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여러분도 늙는다는 뜻이니 괜찮다"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한국을 찾은 경험이 있는 멤버들은 팬들을 향해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시즌즈 인 더 선'(Seasons in the Sun)을 부르며 '한국'이 들어가도록 노래를 개사하는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우리는 분명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며 또 다른 만남을 예고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웨스트라이프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들려주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멤버들이 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전화 조명을 밝히고 노래를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이어 '마이 러브'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영원히 함께해 줘요, 웨스트라이프'(Always with me, Westlife!)라고 적힌 슬로건을 일제히 흔들었다. 멤버들은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리며 한국 관객들의 선물을 마음에 담았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세상을 돌며 공연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저희의 꿈을 이뤄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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