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 기미 없는 일본…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하루 전 불참하기로

과거사 반성 기미 없는 일본…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하루 전 불참하기로

프레시안 2024-11-23 20:07:16 신고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밝혔던 노동자 추도식을 하루 앞두고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던 인사가 참석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23일 외교부는 "정부는 추도식 관련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24일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아 추도식 이전에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MBN에 출연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추도식이) 앞으로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견을 해소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되지 않고,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일단 추도식에는 우리 측은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계속 협의는 해나가야 될 문제"라며 "일단 추도식에는 불참하고 우리 유가족분들하고 우리 정부 관계관들이 함께 별도의 추도식을 갖고. 그렇게 관련 시설과 광산과 박물관 이런 곳들을 시찰하는 그런 별도 일정을 가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오는 24일 일본 민간이 중심이 된 실행위원회 주관으로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한일 합의를 이뤘을 때, 이 추도식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을 성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에 중앙정부 고위 당국자가 참석할 것을 요구해 왔고, 이에 한국의 차관 및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정무관이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추도식을 이틀 앞둔 22일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을 참석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간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시 신사를 참배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우익의 전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참의원에 당선된 이후 8월 15일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또 지난 21일 외무성 부대신과 정무관 이·취임식 자리에 이쿠이나 정무관은 한일 관계가 강제동원 노동자 및 위안부 문제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립되는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우익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을 사도광산 추도식에 보내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일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일본은 추도식을 둘러싸고 강제동원된 노동자를 추모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논란을 키워왔다. 추도식의 이름부터 단순히 '사도광산 추도식'이라고 하여 그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한국인 유족들의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 전가한 상황이다.

이에 일본이 애초부터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나 반성 보다는,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카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일본이 이같은 조치에 22일 오후 9시 11분 "우리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하여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측에 강조해 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하여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정무관은 일본 정부대표로서 추도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일단 추도식 참석은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부가 성과라고 강조했던 추도식이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 축하 자리로 변하는 것도 모자라 과거사에 대해 한국 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인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하면서, 정부도 이를 강행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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