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 대표로 IOC 입성해 위원직도 사실상 '일시 정지' 해석
직무정지 상태서 출근 강행에 보고까지 받아 '초법적' 비난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대한체육회장 3선을 노리는 이기흥(69) 현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한 가운데 직무 정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기흥 회장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면서 지난 11일 문체부로부터 직무 정지 통보를 받았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상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가 필요한 단체장에 대해 주무기관장이 직무 정지 결정을 하게 돼 있어서다.
이 회장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돼 수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낸 직무 정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신청, 첫 심리가 12월 2일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체육회 업무 '직무 배제' 통보를 받은 이 회장이 IOC 위원으로는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다.
이 회장이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 회장이 지난 12월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 3선 도전 심사에 통과하지 못했거나 내년 1월 14일로 예정된 제42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IOC 위원직을 잃는다.
이 회장이 직무 정지 결정으로 IOC 위원직을 상실하는 건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IOC 위원직도 사실상 '일시 정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로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에 당선됐던 박용성 전 체육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서울지방법원에서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IOC로부터 자격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내려진 IOC의 조치였고, 박 회장은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13개월 만에 복권됐다.
이기흥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건 아니지만 정부로부터 직무 배제를 당한 만큼 IOC 위원 활동 역시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체육회 정관상의 규정을 내세워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정관 제24조(회장의 선출 등) 4항에선 차기 선거 출마를 위해 후보 등록 의사 표명서를 내고도 국제 관계 업무와 관련해선 체육회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외에서 열리는 체육 관련 행사·대회·회의 및 교섭이나 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등이 주최하거나 주무 부처와 합의한 국내 개최 국제행사 등이 해당 업무다.
그러나 이 회장이 차기 선거 후보자에 앞서 비위 혐의로 직무 정지당한 체육회장이라는 점에서 NOC 대표 자격의 IOC 위원으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문체부는 이 회장이 지난 21일 체육회 노동조합의 반대 시위 속에 출근을 강행해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단장 선임에 관여한 것과 관련해 "직무 정지 상태에서 할 수 없는 초법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체부는 이어 "이 회장이 직무 정지 기간 어떤 업무에서도 배제돼야 한다는 건 동일한 입장"이라면서 "다음 달부터 진행하게 될 체육회에 대한 문체부의 행정 감사는 국정감사 때 여야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IOC는 이기흥 회장 직무 정지 사태와 관련해 "체육회장 선거는 NOC 규정과 올림픽 헌장에 따라 실시돼야 한다. IOC는 현재 NOC와 함께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IOC가 법원의 가처분 결과에 따라 이 회장에 대해 별도의 조처를 내릴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