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TV 홈쇼핑 업계와 유료 방송사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TV 홈쇼핑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송출 수수료가 총 매출의 71%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중소 입점 업체에게 전가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TV 홈쇼핑 산업 소멸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매출액은 감소하고 있지만 송출 수수료는 지속 인상되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한국TV홈쇼핑협회의 2023 홈쇼핑 산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TV 홈쇼핑 7개 채널(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과 데이터 홈쇼핑 5개 채널의 방송 매출액은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9년 3조1462억원 △2020년 3조903억원 △2021년 3조115억원 △2022년 2조8998억원 △2023년 2조72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8%, -2.5%, -3.7% 감소 폭을 보이다가 지난해는 –5.9%까지 하락했다.
반면 송출 수수료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는 홈쇼핑 7개 채널과 데이터 홈쇼핑 5개 채널의 수수료가 △2019년 1조5497억원 △2020년 1조6750억원 △2021년 1조8075억 원 △2022년 1조9065억원 △2023년 1조9375억원으로 매년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지급 비율도 △2019년 49.3% △2020년 54.2% △2021년 60% △2022년 65.7% △2023년 71%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최근 TV 시청자 수가 줄어들면서 방송사 매출이 떨어졌음에도 수수료 부담이 과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유료 방송 사업자는 크게 이동통신사 3사의 IPTV와 케이블TV(SO)로 나뉜다. IPTV가 지난해 홈쇼핑 사업자로부터 받은 송출 수수료는 1조5404억원 수준이다. 2020년 22.3%, 2021년 19.5%, 2022년 11.7%, 2023년 4.1% 등 최근 인상률 자체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인상 기조는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9년간 연 평균 26.1%씩 올랐다. 수수료가 높아지면서 IPTV 사업자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0.8%까지 상승했다.
케이블 방송사의 경우는 홈쇼핑 업계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수수료 3.2%를 인하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0년 평균 연 0.5% 내린 수준이며 홈쇼핑 업계는 시청자 수 감소 대비 수수료 인하 폭이 여전히 낮다는 입장이다. 일부 케이블 방송은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호소도 나온다.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되면서 CJ온스타일은 내달 1일부터 케이블 TV 딜라이브,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에서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홈쇼핑 업계 전체 매출이 2009년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제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와 내부 비용 상승, 특히 송출 수수료 부담의 누적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특히 케이블 TV의 경우,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 일부 업체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볼거리 제공, 공공성 등을 이유로 홈쇼핑 채널이 케이블 TV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케이블 TV 매출의 상당 부분이 홈쇼핑 업계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며 “ 때문에 케이블 TV 채널과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내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IPTV 등 일부 유료 방송사들은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협의 과정을 거쳐 수수료를 결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TV 매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홈쇼핑 업체들이 TV 방송 시 앱 구매를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기존 홈쇼핑 업체들이 주요 방송사 사이의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며 수수료가 인상하게 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IPTV 업계 관계자는 “TV 홈쇼핑 시청자들에게 앱 주문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TV 방송사를 통한 매출이 증가했더라도 앱을 통한 구매는 TV 매출로 집계되지 않는다”라며 “홈쇼핑 업체들의 전반적인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인상한 것이며 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TV 홈쇼핑 업계의 수수료 부담에 따른 홈쇼핑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탈 TV화가 가속되면 결과적으로 IPTV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생태계 구조를 면밀히 살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IPTV 송출 수수료가 인상되면 중소기업 협력사 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홈쇼핑사의 탈 TV화가 가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TV 홈쇼핑 산업이 소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홈쇼핑 수수료에서 나오는 IPTV도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이는 방송 산업 붕괴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에서 TF를 구성하는 등 홈쇼핑 수수료 문제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기업과 민간 영역에 깊이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홈쇼핑 회사의 수수료 부담이 입점 업체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수료 차별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다. 단편적인 해결책보다는 전반적인 생태계 구조 자체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