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는 인디게임 시장의 새로운 도약기를 본 한 해다. 올해 초 시장에 등장한 ‘팰월드’는 전 세계 2천만 장 판매고를 올리며 신화를 쓴다. 이어 한 달에 한번 꼴로 빅히트 인디게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시장 규모, 평가, 영향력 등 전방위에서 인디게임 위상이 크게 오른다.
일례로 유명 비평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올해 가장 뛰어난 게임 10걸 중 5종이 인디게임이며, 오픈크리틱이 선정한 2024 명예의 전장 12걸 중 7개 작품이 인디게임으로 선정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TGA사회자로 유명한 제프 케일리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온라인마켓을 통해 가장 많이 팔린 게임 10개 중 8개가 솔로 개발자나 인디게임 중견에서 나왔다”라고 밝히며 시장이 최근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도 이는 낮선 상황이 아니다. 이미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산나비’와 같은 작품들이 시장을 휩쓸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점점 성장하는 인디게임 시장을 들여다 봤다.
순수익 5조 원 규모 급성장한 ‘인디게임’
VGI가 지난 10월 발표한 인디게임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인디게임 시장은 2024년 9월 기준 순수익 약 6조 8천억 원(49억 달러)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3조 7천억 원(27억 달러원)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수치는 스팀을 비롯한 플랫폼 수수료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모두 제외한 금액으로 순이익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말까지 이 수치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 대비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스팀을 기준으로 2024년 약 1만 6천개 작품이 론칭했으며, 각 게임 종합 약 3억 8천만 장이판매 됐다고 VGI는 집계했다.
특히 인디 게임 중에서도 소위 트리플A급 규모를 노리는 게임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장이 성장하는 계가기 됐다고 VGI측은 분석한다. 대표 타이틀로는 ‘팰월드’와 ‘검은 신화 오공’이 약 2천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가운데 ‘매너로드’, ‘인슈라오디드’, ‘콘텐츠 워닝’ 등이 각기 300만 다운로드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상위 대열에 합류했다.
스팀DB를 기준으로는 ‘새티스팩토리’, ‘하데스2’, ‘바디캠’, ‘라스트 에포크’등과 같은 작품들이 상위권 차트에 이름을 올린다. 이 외에 지난 2022년 얼리억세스형태로 출시한 ‘브이라이징’역시 큰 규모로 성장한 점 등이 주목할만한 요소다.
베테랑 게임 개발자들이 만든 ‘새로운 개발 문화’
이 같은 변화는 게임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됐음을 예감케 한다. 기존 상업 게임의 테투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로 접근하는 게임들이 성과를 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GITNUX 야닉 린드너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인디게임 개발자 평균 연령은 32세다. 대다수가 경력자로 이미 게임을 개발한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독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체 절반 이상은 소규모팀으로 개발한다. 약 1년에서 1년 5개월동안 프로젝트를 개발해 얼리억세스형태로 출시한 뒤에 성과를 보고 프로젝트 규모를 늘려 나가는 형태로 게임 프로젝트는 준비 된다.
기존 기업들이 내부에서 대다수 프로세스를 소화해 완성된 버전을 내는 반면, 인디게임 개발팀들은 보다 빠른 템포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개발 공정을 밟는 점이 특이 사항이다. 특히 기성 기업들이 이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수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반면, 인디게임 개발팀들은 일단 시장에 내면서 반응을 보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짤고 빠른 템포로 시장 트렌드를 확인하고, 반응을 체크하면서 피드백을 받는 방식으로 게임 서비스에 나선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전체 개발자 중 61%는 파트타입으로 게임 개발을 진행한다.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남는 시간에 게임을 개발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실패시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비 부담도 줄어드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후 프로젝트가 궤도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개발사에 합류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해 완성 단계까지 도달하는 방식이다.
이후 크라우드 펀딩과, 엑셀레이터 등의 투자를 얻어 덩치를 늘려 나가고 최종 규모가 확정되면서 소위 트리플A급 인디게임까지도 탄생하는 단계를 밟는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게임 서비스 플랫폼에 개방적이고 누구나 게임을 업로드 할 수 있으며, 여러 프로모션 경로와 자금 확보원이 생기면서 인디게임 개발팀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로 비즈니스 플랜을 형성하면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늘어나는 개발비 대책 ‘독립형’ 스튜디오 확대 전망
이 같은 구도 이면에는 대형 기업들의 속사정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언리얼엔진을 비롯 하이엔드 트리플A급 게임들의 개발비가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대형 프로젝트 개발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개발이 가능했던 모바일게임 개발비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점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내부 개발팀들을 독립시키고 인디게임 형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반대로 소규모 개발팀들에 투자를 단행하며 그 성과를 보는 비즈니스 플랜들이 점점 각광을 받는다. 이미 미국과 중국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다수 개발팀들이 이 같은 형태로 플랜을 짜고 인디게임이라는 명칭으로 시장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전략에 대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는 “인디게임의 경우 기성 게임(대기업 개발게임)에 비해 (팬들이) 비교적 판단 기준에 여유를 두는(너그러운) 편으로, 작은 실수가 나오더라도 눈감아주는(이해해주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로 인해 게임의 평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팬들이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이미지 재고에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팬들이 원하는 장르와 캐릭터, 재미 등을 보여주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투자사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어 상호간 신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 과정을 거쳐 소규모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라 성공 가도를 달린다면 스튜디오가 보유한 이미지를 다시 회사에 흡수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상황에 따라 이를 회사를 대표하는 차기작으로 포지셔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올 한해 국내에서는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펄어비스 등 대형 개발사들이 인디게임에 투자했다. 물밑에서 움직이는 투자와 서비스 계약도 다수 포착된다. 인디게임 개발사들의 덩치도 점점 커진다. 기존 4~5명이 팀단위로 움직이던 그림에서 중규모 코어 개발팀들이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던 형태로 변모하는 분위기다. 비교적 소규모 자금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도전하도록 배려하고, 이를 상용화해 수익을 거두거나, 완성도 높은 게임들은 인하우스로 들이면서도 동시에 사회공헌과 같은 뉘앙스로 이미지를 챙기는 등 여러 방면에서 긍정적인 비즈니스가 전개된다.
그간 국내 게임산업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목되던 ‘허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 가동되는 것으로 풀이 된다. ‘인디게임’시장은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창구이면서, 다가올 미래를 향한 새로운 모멘텀을 육성하는 시장으로서 한 층 더 큰 성장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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