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첫 공개…정보·감시·정찰 등 도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미군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의 군사 작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주필리핀 미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태스크포스 아융인(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의 필리핀명)'은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군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국·필리핀 동맹의 조정과 상호 운용성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TF가 어떤 지원을 제공하는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남중국해 필리핀 팔라완섬의 필리핀군 지휘통제 센터를 방문한 뒤 "미국 TF 아융인에 배치된 몇몇 미국 군인을 만났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썼다.
이 TF의 존재를 언급한 것은 오스틴 장관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필리핀군은 성명에서 미군이 필리핀의 해상 영역 정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 지원을 제공한다면서 이는 "서필리핀해(필리핀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의 필리핀명)에서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는 프로그램과 활동의 계획·실행을 돕는 핵심적인 임무"라고 설명했다.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 TF를 언급하면서 미군이 필리핀에 정보·감시·정찰(ISR), 해상 영역 인식 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과 필리핀 간 최대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주둔한 필리핀 병력에 일상 물자를 보급하는 임무 등 필리핀의 남중국해 활동과 관련해 "실제 직접 참여 면에서는 순전히 필리핀의 작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필리핀이 미군에 세컨드 토머스 암초 물자 보급 임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단지 시각적 정보만 지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스틴 장관은 또 19일 팔라완섬에서 필리핀 해군의 첨단 무인수상정(USV)인 '만타스 T-12'의 시연을 관람했다.
이 USV는 미국의 필리핀 군사 지원의 하나로 올해 도입된 것이라고 그는 공개했다.
필리핀군은 T-12를 팔라완섬 등지에서 운용하면서 남중국해 정보 수집·감시 등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장관은 또 지난 18일에는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함께 양국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체결했다.
이 협정을 통해 양국은 기밀 방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제 필리핀군이 미국의 위성·무인기(드론) 감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은 1999년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낡은 군함을 고의로 좌초시킨 뒤 이 배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주기적으로 식량·선박 보강용 자재 등 물자를 공급해왔다.
이에 중국이 물대포 등을 동원해 필리핀군의 물자 보급 임무를 방해하면서 양국 간 충돌이 계속돼왔다.
지난 6월에는 이곳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을 공격해 필리핀 병사 여럿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 양국 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양국은 필리핀군 병력에 대한 물자 보급 임무 등과 관련해 잠정 합의했으며, 현재까지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는 양국 간 큰 충돌이 없는 상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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