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빅테크에 막판 공세
트럼프 당선인은 신중론…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법무부가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불법적인 독점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웹브라우저 크롬 매각이 현실화하면 구글에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법무부의 제안을 두고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의 독점 관행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공세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크롬 강제 매각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 크롬, 점유율 67%…구글 광고 매출에 핵심 역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지난 8월 구글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승소한 뒤 독점 해소 방안으로 이날 재판부에 크롬 매각 명령을 요청했다.
크롬은 세계 브라우저시장 점유율이 66.7%에 달한다. 월간 활성사용자(MAU)가 30억명 이상인 크롬은 구글의 광고 사업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구글은 총매출 883억달러 가운데 75%가량인 659억달러를 광고에서 얻었다.
구글이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 91%를 차지하는데 구글 검색은 대부분 크롬을 통해 이뤄진다. 구글은 크롬 이용자들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다.
또 구글은 크롬 이용자들에게 자사 인공지능(AI) 서비스 제미나이 등에 접속하도록 하는 등 다른 곳으로 가는 관문으로도 쓰고 있다.
구글은 크롬을 인수하는 주체는 크롬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무료 서비스를 유지할 인센티브가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사업모델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의 만딥 싱 애널리스트는 크롬의 매각 가격을 최소 150억∼200억달러(약 20조9천억∼27조9천억원)로 예상했고, 테크애널리시스 리서치의 밥 오도널은 매각 가격은 크롬을 다른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정도에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 바이든 행정부, 빅테크에 막판 공세…트럼프는 신중론
미 법무부의 크롬 매각 제안은 내년 1월 정권 교체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 반독점 당국이 빅테크를 상대로 막판 공세를 펼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WSJ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미 법무부가 휴렛팩커드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열사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네트워크 서비스·장비 공급업체 주니퍼네트웍스의 합병 계약에 대해서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FTC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을 상대로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비밀 가격조종 알고리즘으로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무부는 애플·비자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측은 소송전이 정권 교체 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후임자들이 이를 계승할지는 의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기업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구글 해체 방안을 멈추고 반독점 관련 정책 일부를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해체를 통해) 구글을 파괴할 것인가"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1990년대 법무부가 MS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MS는 1심에서 패해 2개의 회사로 분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로 넘어가면서 법무부는 회사 분할 계획을 포기하고 MS와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소송은 끝난 바 있다.
◇ 매각 현실화까진 '산 넘어 산'…장기 소송전 예고
미 법무부의 이번 제안은 구글의 독점 해소를 위해 원고 측이 처음으로 재판부에 완전한 제안서를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워싱턴DC 연방법원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지난 8월 "구글은 독점 기업"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구체적인 독점 해소 방안은 내년 8월까지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재판부가 결정에 앞서 미 법무부와 구글로부터 독점 해소 방안을 받는 절차다. 구글은 내달 20일까지 방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1심 재판이 마무리되더라도 구글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소송전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실제 크롬 매각이 결정될 경우 매수자를 찾는 것도 관건이 될 수 있다.
크롬을 매수할 능력과 의지를 갖춘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 기업도 미 당국의 반독점 조사에 직면한 만큼 인수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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