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단체 명예실추 이유로 폭로자 제명한 총회 결의 무효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내부 비위를 기자회견으로 폭로한 직원을 단체 명예 실추로 제명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법 민사3부(이창한 고법판사)는 여성 쉼터 직원 A씨가 소속 여성 인권 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회사에 관한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단체가 정회원인 A씨를 제명한 임시총회 결의를 무효라고 확인했다.
A씨는 2020년 단체 대표자가 성매매 피해 여성에게 갑질을 일삼고, 성매매 피해 여성을 공개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기자회견했다.
시설 이용자들의 추가 제보와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단체 대표는 전남도와 여수시 감사 결과 시정명령과 환수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법인의 명예 실추와 업무상 비밀 누설 등 사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지방노동위가 정직 처분 부당성을 인정하면서 징계는 취소됐지만 단체 측은 정기 총회에서 다시 제명을 결의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제기한 전 대표에 대한 문제는 피해 여성들로부터 수집한 직접 진술 및 상담자료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내부 문제 제기라는 자정 과정에서 단체의 문제점이 외부로 노출되고 단체 활동에 일시적으로 지장이 초래됐다는 이유로 당사자를 배제하면, 향후 자정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타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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