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로에 집 준다는 이탈리아 마을에도 문의 쏟아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눈앞에 둔 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투자 이민을 저울질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돈 1유로에 집을 주겠다며 미국인 모시기에 나선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작은 마을에도 이주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미국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대선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골든 비자'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든 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내면 시민권을 주는 투자 이민을 의미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되자 미국을 떠나기 위해 투자 이민을 알아보는 부유층 민주당 지지자가 늘었다는 의미다.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는 대선이 실시된 주간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한 미국인의 골든 비자 문의가 전주보다 40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아턴 캐피탈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 평소보다 5배 많은 문의가 쏟아졌다고 한다.
물론 문의가 모두 투자 이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컨설팅 업체들은 트럼프 복귀를 눈앞에 둔 미국인들이 만약에 대비해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는 보험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턴 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실제로 이주하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모두 '플랜 B'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6개월간은 미국 시장에서 쏟아지는 문의로 바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당초 골든 비자는 정치와 경제 사정이 불안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인도, 필리핀 등 신흥국의 부유층이 주로 고려하던 선택지였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헨리앤파트너스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적 분열 심화로 미국에서도 골든 비자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유층이 아니어서 투자 이민을 고민할 수 없는 일반 미국 시민들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몰려들어 해외 이주가 가능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을 떠나고 싶은 미국인을 위한 국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2주 만에 50만회 이상 조회됐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에서는 '미국 선거 결과 뒤 이민 가기'라는 제목의 글이 인기를 끌었다.
미국인들에게 단 1유로에 집을 제공하겠다며 '이민 세일즈'에 나섰던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올롤라이시(市)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체스코 콜룸부 올롤라이시 시장은 1유로에 주택을 제공한다고 홍보한 뒤 수천 명의 미국인이 이주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콜룸부 시장은 "하루 만에 이주 희망자들로부터 3만여건의 문의가 들어왔고 15만6천명 이상이 웹사이트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국적 사람들에게도 이민의 문은 열려있지만, 미국인들이 신청하면 '패스트 트랙'으로 먼저 처리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부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 마을에 투자하고 싶다면 자신의 계획에는 어긋날지 몰라도 그것도 환영할 것이라는 농담마저 건넸다.
인구 감소 해결책을 고민해온 올롤라이시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민자 유치에 나선 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달 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이 확정되자 아예 홍보 웹사이트까지 개설하며 미국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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