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벤탕쿠르 사건 계기 보도…팬들도 '관광객' 치부
2023-2024시즌 아시아 선수 향한 인종차별 395건…43%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손흥민(이상 토트넘)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건을 계기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내 한국과 일본 선수를 노린 인종차별이 급증했다는 집계가 다시 조명받았다.
영국 B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토트넘이 벤탕쿠르를 향한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하며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쳐온 단체 '킥잇아웃'이 4개월 전에 발표한 통계를 인용했다.
지난 7월 킥잇아웃 발표에 따르면 2023-2024시즌 EPL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은 395건으로, 전 시즌(277건) 대비 약 43%가 증가했다.
395건 가운데 55%가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선수를 겨냥한 것이라고 킥잇아웃은 밝혔다.
당시 킥잇아웃은 인종차별 피해 선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BBC는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일본의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등을 특정해 그간 인종차별의 표적이 돼 왔다고 해설했다.
BBC는 선수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팬들도 EPL 내 인종차별 문화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현지 팬들이 아시아 팬들을 관광객으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진단이다.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는 중국인 팬 케빈 위안은 BBC에 "어느 팀을 응원하든 차별이 계속 있다"며 "내 외모나 말투 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뛴 최초 비(非)백인 선수 프랭크 수를 기념하는 재단 직원인 맥스웰 민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팬, 선수들이 무시당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아시아 팬들이 단순한 '관광객'으로 폄하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보도에 앞서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벤탕쿠르의 징계 기간에 이의신청했다"고 밝혔다.
FA가 7경기 출전 정지로 정한 징계의 정당성은 수용하지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구단 입장이다.
우루과이 출신의 벤탕쿠르는 지난 6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벤탕쿠르가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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