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시멘트 가격 상승은 지난 몇 년간 공사비가 급등한 주요원인이었습니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들어온다면 공사비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건설업계 관계자)
중국산에 대한 관세장벽 도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되면서 초저가의 중국산 자재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시장을 덮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산업의 주요 자재인 철강이 주요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재 업계에서는 내수시장 보호를 위한 반덤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일정 부분 문호를 개방해 급등한 자재 가격을 안정시키자는 의견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의 상무장관으로 '캔터 피츠제럴드'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러트닉을 지명했다는 성명을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러트닉은 미 정부 내 무역정책을 조율하는 무역대표부(USTR)도 직접적으로 관할할 예정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러트닉이 상무장관으로 취임하면 곧바로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매길 것이라는 공약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러트닉은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관건은 중국의 반응이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수출량이 줄어들면 생산을 줄이는 것과 달리 적자를 보더라도 생산량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관세장벽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초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글로벌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철강은 중국이 대량으로 물량을 풀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중국은 2020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침체로 인해 시멘트와 철강을 저가로 해외에 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올해 5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리면서 대미수출이 줄자 원가보다 더 저렴하게 물량을 푸는 '덤핑수출'을 불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이미 유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사라지면서 수출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시장은 현재 28.23~32.72%의 반덤핑관세가 2026년까지 적용돼 있지만, 중국산의 미국 수출이 더 줄어들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밀고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건설의 주요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의 가격 인상 지난 몇 년간의 공사비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철근은 지난 3년간 누적 64.6%, 시멘트 가격은 54.6%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약 13% 올랐다.
정부는 원자재 부담 감소와 국내 산업 보호 사이에서 중국산 자재 수입을 고심 중이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당장 수입이 본격화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지금 값이 싸다고 중국산 제품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다가 산업의 헤게모니 자체가 중국으로 넘어가면 건설산업 전반에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면서 "수입 물량을 보관할 사일로나 창고 등을 증축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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