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 여파로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과 금융당국이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말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22일 예정된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 선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찰·금감원, 우리금융 압박 강화…조병규 행장 피의자로 특정
검찰은 앞서 지난 18일과 19일 이틀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과 우리금융지주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행장의 사무실, 대출 관련 부서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조 행장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각 보고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현행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12조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직원은 불법행위를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부당대출 의혹을 파악하고도 지난 1월에서야 자체 감사를 시작했으며, 금융감독원의 요청을 받고서야 감사 결과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추가로 70억~80억 원 상당의 불법 대출 혐의를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회장의 사무실까지 수사 범위에 포함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책임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조병규 행장 연임 가능성 희박…차기 행장 선임 논의 급물살
조 행장은 지난 1년 6개월간의 임기 동안 우리은행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5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으며, 영업수익은 6조6110억원을 기록하며 7.1% 성장했다.
그러나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연임을 추천하기에는 우리금융 이사회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임원은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이 규범에 비추어볼 때 조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감원 정기검사 연장…그룹 수뇌부 압박 지속
금융당국 역시 우리금융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월부터 현장검사를 시작해 9월부터 정기검사를 진행 중이며, 당초 6주로 예정됐던 검사 기간을 일주일 연장했다. 금감원의 조치는 그룹 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검찰 수사와 협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는 지난해와는 달리 비공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임종룡 회장은 롱리스트와 숏리스트를 공개하며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불필요한 잡음을 피하기 위해 조용한 승계 작업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행장 후보로는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CRO), 유도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포함 복수의 계열사 사장, 은퇴한 인사까지 폭 넓게 거론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은행장 임기 종료 한 달 전까지 후임을 결정해야 하며, 따라서 이달 말까지는 차기 행장 후보가 나올 전망이다.
내일 열리는 정기이사회는 그룹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부당대출 사건으로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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