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셔츠 모두 스포트막스.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가장 나다운 모습에 대해 정의 내린 바가 있나요?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과 면모가 한순간도 유리에 닿아 있지 않았던 건 없어요. 그렇다면 유리다운 건 뭘까 정의 내리기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순간을 기다리고 있냐면요. 유리답다는 말이 정확할 수 있는 순간을 간절히 바라요. 그게 작품이 되기를 또는 작업물이 되기를. 앨범이 될 수도 찰떡 같은 드라마가 될 수도 있어요. 유튜브가 ‘떡상’하거나 기억에 평생 남을 광고가 될지도 모르죠. 나를 대표하는 어떤 것이 딱 크게 내려지는 순간이 언젠가는 올 거라 믿어요.
아이돌이자 여배우지만 어디서든 빼지 않고 막춤을 추는 사람. 이런 한 줄이 차곡차곡 쌓인 이미지도 중요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심플해요. 칭찬을 해주시면 고맙고 상처받을 때는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더 집중하려고 해요. ‘좋은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건강하고 밝은 눈을 가졌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게 봐줄 수 있구나’ 생각하는 거죠. 여기까지 오기 쉽진 않았어요. 이런 것마저 노력해야 하는 게 피곤하지만 즐겁고 감사한 일이 훨씬 많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어요. 하루를 그냥 사는 것 같아도 우연히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니까요. 오늘만 해도 그래요. 바닥에 눕기도 하고 잘 안 해보던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입기도 하고. 오늘 이렇게까지 재밌게 창의적인 일들을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오늘의 조합이 신선하고 만남이 정말 즐거웠어요. 이런 것들로 위안을 받고 내가 하는 일에 자긍심을 느끼는 것들이 마음에 평정심을 가져다줘요.
운영하는 유튜브에 15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어요.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할까? 좀 궁금했거든요.
제 의지는 없고 팬들의 의지, 소원(소녀시대 팬덤명)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저도 진짜 놀라워요. 오랫동안 이렇게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거든요. 저 진짜 기계치라 유튜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팬들이 단 댓글을 보면 고마워서 뭐라도 하고 싶게 돼요.
특히 티파니 생일 파티 콘텐츠 조회수가 터졌어요. 소녀시대는 드레스 코드 파티에 진심이죠. 이번에는 화이트 룩인데 유리 씨만 다른 걸 입었더라고요.(웃음)
콘텐츠 중에 생일 파티 콘텐츠가 최고죠. 파티에 가장 진심인 건 타파니예요. 소녀시대 생일이 8월 5일이고 티파니 생일이 8월 1일이라 항상 한 번에 하거든요. 그래서 전문 플래너처럼 너무 잘해요. 장소도 정하고 콘셉트에 맞춰서 시안을 단체 카톡방에 보내요. 근데 저는 이번에 호텔 빌려서 수영하고 노는 줄 알고 수영복 입고 갔잖아요.(웃음) 합성이냐고 기사까지 나고. 혼자 안 꾸미고 가서 마음에 걸렸는데 오히려 화제가 되다니. 세상 진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를 또 한 번 느꼈어요.(웃음)
드레스 엘리우드 by 아데쿠베. 네크리스 포트레이트 리포트.
걸토크부터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진짜 광범위해요. 그래서 체력이 되는 사람만 버틸 수 있어요. 거의 저랑 티파니랑 서현이 끝까지 가요.
갑작스럽지만 소녀시대 17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아직까지도 소녀시대가 완전히 추억의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 고마워요. 다 같이 활동하지 않을 때도 소녀시대라는 프라이드는 늘 갖고 있어요.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저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이나 소원도 다 노력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람에게 17년이면 이제 고등학생이잖아요. 벌써 이렇게 컸구나 감개무량해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소녀시대는 많은 사람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3은 의외였어요. 두 번째 시즌까지는 뭐든 잘하는 씩씩한 ‘권 반장’이었다면 이번에는 덱스와의 케미를 통해 수줍음 타는 매력을 보여줬어요.
저 진짜 제작진들 인터뷰해보고 싶어요. 저한테 판을 깔아주신 건가? 큰 그림인가? 천재적이라고 생각했죠.(웃음) 덱스 님과 연이 없어서 한 번도 못 본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분도 낯을 가리고 저도 사람과 가까워질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빨리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했는데 상황이 너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거예요. 내가 ‘권 반장’으로 있지 않아도 되는 그림이 그려지고 저는 거기서 솔직하고 편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새로운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독립영화 〈침범〉은 〈경주〉의 연출팀, 〈아워 바디〉 조감독이 연출을 맡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신선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인데 연기할 수 있는 역량이 될까’라는 의심이 있었어요. 기회도 있어야 하는데 마침 주어졌고 꼭 잡고 싶었죠. 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연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감독님께 많은 질문을 하면서 용기를 구했어요. 함께 연기한 곽선영, 이설 배우에게도 많은 도움을 얻었고요.
스틸 사진 속 ‘민’의 얼굴이 참으로 서늘하더군요. 고독사 현장을 처리하는 특수한 직업도 역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지점이었을 테죠.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감독님과 얘기도 나누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어느 정도 해본 것 같아요. 그러다 연습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연습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가 벌레를 극도로 싫어하고 무서워해요. 공포와 마주해야 하는 작업이라 걱정됐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민이 되던데요. 권유리로서는 구더기가 드글드글한 게 징그럽고 비위 상했지만 민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하니 신기하게도 무표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돌핀〉에서의 잔잔한 연기, 〈굿잡〉의 코믹,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사극 연기까지 되짚어보면 배우 권유리의 폭은 항상 넓어지는 중이었네요.
사실 배우가 더 먼저 되고 싶었어요. 그 꿈을 이제 하나씩 이뤄가는 중인 거죠. 흥미로운 작품이나 저에게 영감을 주는 캐릭터를 보면 연기하고 싶어 주체를 못 하겠어요.(웃음) 배우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를 들면 소품을 준비하거나 무대를 꾸미거나 조연출을 맡는다거나.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배워둔 것들, 일하면서 익힌 것들을 조심스럽게 풀어놓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어제도 연극을 보고 왔는데 가슴이 엄청 뛰었어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고 살아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어요.
곧 방영하는 드라마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은 유리 씨의 어떤 마음에 닿았나요.
지금까지 액션 장르를 안 했더라고요. 막 때려 부수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진짜 재미있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준비, 시작!’ 하면 액션이 바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적응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근데 또 제가 잘하고 있는 거예요. ‘이건 스타성이 있다’라며 혼자 뿌듯해했죠.(웃음)
이한신 변호사와 공조하는 광수대 에이스 형사 안서윤은 어떤 인물인가요.
형사 일을 오래 한 에이스. 눈썰미와 강인함을 지녔고 이한신과 함께 정의 구현을 위해 애쓰는 인물이에요. 촬영 때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7kg을 찌웠어요. 옷도 거의 한 벌에 워커 신고 뛰어다녔어요. 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 대로 역할을 만들어 갔어요.
이한신(고수)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가는 데 주의 깊게 봐야 할 건 뭐가 있을까요?
가석방 심사관이라는 소재가 일단 생소하잖아요.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극에서 어떤 방식으로 풀릴지 흥미를 갖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이 공조 관계지만 이한신은 이한신대로 안서윤은 안서윤대로 서로 다른 성격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요. 각자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점이 재미있을 거예요.
‘이게 되네. 권유리가 이것도 잘하네’라고 생각하시게 될걸요?
재킷, 스커트 모두 그레이스 엘우드. 슬리브리스 톱, 네크리스 모두 오프화이트.
Copyright ⓒ 에스콰이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