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주목받고 있는 서브컬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가 쉽게 지나치던 일상에 숨겨진 서브컬처의 흔적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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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아이돌의 등장...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등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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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콘서트도 열었다. 지난 4월 플레이브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첫 팬 콘서트를 진행했다. 콘서트 예매 때부터 동시 접속자 7만명을 기록했고 전석 매진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플레이브는 아이유, 에스파, 뉴진스 등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올해 MMA(멜론뮤직어워드) 톱10 아티스트에 선정됐다.
플레이브 팬인 여성 김모씨(25)는 '도덕적 완전무결함'을 플레이브만의 장점으로 뽑았다. 김씨는 "연예인들 좋아하다보면 항상 학교폭력이나 마약, 성범죄 등 사고를 칠까봐 불안했다"며 "플레이브는 그런 걱정 없이 덕질(특정 대상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아주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버츄얼 기술을 활용한 컨텐츠는 라이브 플랫폼을 통해 소수에게서 향유되던 하위문화였다. 하지만 플레이브 등 버츄얼 컨텐츠들의 인기가 늘어나면서 현실 곳곳에서도 이들을 위한 무대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롯데시네마는 최근 '브이스퀘어'라는 버츄얼 유튜버 전용 공간을 매장에 마련했다. 또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과 치지직을 대표하는 버튜버 그룹인 '이세계아이돌'과 '스텔라이브'는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 등에서 열리는 대형 콘서트를 무리 없이 진행할 정도로 팬층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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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침투한 '미소녀 게임'… 대형 카페 연 '원신' & 편의점과 콜라보 '블루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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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에 '원신 카페 인 서울'을 열기도 했다. 이전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버츄얼 캐릭터를 내세워 일정 기간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경우는 많았지만 상설 매장을 오픈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오픈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매장은 여전히 평일 예약이 가득 차있을 만큼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기자도 예약 없이 당일 취재를 시도했다가 입장에 실패했다.
인천에서 온 김도형씨(23)는 "이 곳은 굿즈나 특전 행사를 많이 한다"며 "이 카페에 와야만 받을 수 있는 특전이 있어서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의) 테마가 계속 바뀌는 편"이라며 "캐릭터 별로 리뉴얼을 자주한다. 이번 테마도 리뉴얼한지 2주일이 채 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장 내에서 판매하는 음료에도 게임 내 캐릭터 퍼스널 컬러가 반영돼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서브컬처 게임인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5월 GS25와 콜라보 해 '블루아카이브 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블루아카이브 빵'은 출시 47일만에 200만개 넘게 팔리는 등 좋은 협업 시너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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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이면서 논란' QWER의 등장... 인터넷 방송의 양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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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이 데뷔 후 불과 1년4개월 만에 달성한 성과는 주목할만하다. 데뷔곡 'Discord'는 멜론 차트 9위, 유튜브뮤직 한국차트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발매한 '고민중독'도 멜론 차트 2위, 유튜브뮤직 한국차트 2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9월 발매한 신곡 '내 이름 맑음'은 발매 당시 멜론 차트에 95위로 진입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멜론 핫100 2위에 올랐다.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QWER은 지난 8월 케이 월드드림어워즈에서 'K 월드 드림 본상'과 'K 월드 드림 베스트 밴드상'을 수상했다. 2024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올해의 걸밴드'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2024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밴드상'의 주인공이 됐다.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20대 대학생 이모씨는 "QWER의 정체성은 밴드가 아닌 아이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QWER은) 결성 과정부터 수익성만 따져서 예쁜 여성 BJ들을 모아 만들었고 음악성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밴드를 표방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서서 신생 밴드 자리를 뺏는 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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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인기의 배경은… 취향·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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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시리즈' 공저자 이혜원 박사는 서브컬처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의 원인으로 오늘날 사람들의 취향과 생활 등이 다양화됐음에 집중했다.
이 박사는 "서브컬쳐였던 것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는 현상은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상당히 분화되면서 사람들이 나만의 취미를 즐기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회에서도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허용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을 '디깅소비'와 연관 짓기도 했다. 이 박사는 "(디깅소비는) 마치 땅을 파내려가듯 특정 분야에 몰두하여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고 희귀한 제품을 찾아 수집하며 남들과 차별화된 취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일종의 '매니아'로서 전문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개인의 특성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자랑할 수 있다는 점은 이렇게 '디깅소비'가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것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또 "서브컬처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이미 대중들이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서브컬처가 아니다"라며 이미 대중문화 전반에 자리잡고 있는 서브컬처들이 더 이상 특정 그룹에서만 향유되는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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