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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부정 ‘석유재벌’ 에너지장관에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부 장관으로 임명된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대표적인 ‘석유 재벌’로 기후 위기가 허구라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가 세운 리버티에너지는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 전문 기업이다.
그는 지난해 CNBC 인터뷰에서 “세계는 석유와 가스로 운영된다”며 향후 10년 안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 국제사회 요구에 “터무니없는 시간 프레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기후 위기론을 부정하며 화석에너지의 무제한 생산을 옹호해 온 트럼프의 견해와 일치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주도하며 기후 위기를 부정해 왔다.
이와 같은 친(親)석유 정책으로 트럼프 2기 집권 기간 국제유가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이 현실화하면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소멸하면서 강력한 유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트럼프 재집권을 계기로 가장 확실한 변화로 예상되는 것 중 하나는 유가와 가스 가격 하향 안정화”라며 “화석연료 규제 완화와 생산량 확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트럼프 집권 2기 시작은 유가 하락에 확실히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정유사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파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비싸게 산 원유로 만든 제품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중동지역 원유 도입 비중이 90%를 웃도는 에쓰오일(S-Oil(010950)) 기준 원유가격(OSP)이 배럴당 1달러 변동했을 때 한 분기에 약 800억원 내외의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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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재발 우려…수요 약세 불가피
다만 장기적으로는 원유가격 자체가 하향 안정화 흐름을 보이면서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고 석유 소비에 대한 가격 저항성을 떨어트려 수요 개선이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 하락으로 수요가 증가하면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어 양면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실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서 40~50달러대로 떨어진 2014년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기도 했으나, 이후 원유 가격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석유 제품 수요가 증가해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정유사들의 실적이 반등한 사례가 있었다.
정유업계의 또 다른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까지 인상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전 세계 석유 수요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양국 간 무역 장벽을 세우게 되면 과거 트럼프 1기 때 발생한 ‘미·중 무역분쟁’ 당시처럼 전 세계적인 석유 제품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값싼 원유를 수급해 원가를 절감하고 친환경 고부가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 환경 변화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과거 미·중 무역 분쟁과 같은 상황이 재발하면 석유제품 수요뿐 아니라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선박·항공 연료 소비가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도 낮아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요가 악화할 수 있다”며 “이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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