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 내다가 조금"…‘마약 연합동아리’ 연루 의사의 변론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대학 연합동아리 회장으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투약하고, 투약 당일에도 수술에 참여한 대학병원 안과 전문의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마약 투약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소량이 신체에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 제14부(재판장 장성훈)는 20일 오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향정) 등 혐의를 받는 이모(34)씨의 재판을 심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씨와 함께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한 것으로 의심받는 배모(22)씨에 대한 신문도 진행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이씨는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검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며 “이씨가 연인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흡연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인정한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이씨는 적극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사귀는 관계인 사람에게 호응하는 과정에서 흡입기에 입을 가져다 대는 등 소량을 섭취하게 된 것은 인정하지만, 다량을 제대로 투약한 사실은 없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 측은 또 마약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등 업무를 본 것은 아니라며 모발감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씨 측 변호인은 “이씨가 마약 상태에서 업무를 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이씨가 섭취하거나 흡입한 마약은 극미량이라 환각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마약을 3회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수도권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학 연합동아리 ‘깐부’의 회장 염모(31)씨의 주거지까지 가 마약을 구매하고, 현금으로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투약 당일 병원에 출근해 환자 7명을 수술한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 9월 12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검찰은 대학 연합동아리 회원들이 마약을 거래·투약한 사실과 이씨를 비롯한 상장사 임원 등 동아리와 무관한 이들에게까지 퍼진 정황을 확인하고 동아리 임원 등 주범 6명을 기소하고 8명을 기소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