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만 전자'로 떨어진 다음날인 지난 15일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이날 발표로 '삼전 개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자사주 효과는 사흘을 채 넘기지 못했다. 발표 이틀만에 외인들의 삼성전자 매도가 이어지더니 20일 장중에는 전일 대비 1.95% 하락한 5만5,200원에 거래중이다.
통상 자사수 효과는 6개월은 간다는 증권가 속설도 삼성전자에는 통하지 않는 셈이됐다.
이런 가운데 정작 삼성전자 자사주 효과는 삼성생명이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삼성생명의 초과 지분 매각 가능성과 그로 인한 재정적 이익이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분할매입을 통한 총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지난 15일 공시했다. 이 중 약 3조원(발행주식수 대비 0.8%)은 내년 2월 17일까지 매입 후 소각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자사주 공시 이후 삼성생명 주가는 급등했다. 15일 기준 9만7,600원에서 10만8,800원으로 뛰었다. 20일 장중에도 10만5,000원대를 유지중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는데 왜 삼성생명 주가가 뛰는 것일까.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지분율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서 정한 10%를 초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삼성생명에게 큰 재정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약 8.9%로 상승한다. 지분율이 10%를 초과하게 될 경우 삼성생명은 초과 지분을 매각, 수천억 원 규모의 매각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금은 주주 배당이나 주주환원 정책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져 주주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초과 지분 매각은 단순히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각 과정에서 대량의 주식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에 단기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매각 일정을 조율하고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며 매각 자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계획은 삼성생명과 주주들에게 재정적 기회와 기대감을 제공하고 있다"며 "지분율 상승과 초과 지분 매각으로 인한 대규모 자금 확보는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지분 매각에 따른 시장 반응을 신중히 관리하고 장기적으로는 추가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주주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임희연 연구원은 "지난 2018년 전자 지분 처분 당시에도 처분이익이 특별배당으로 이어졌다"며 "유 배당 계약 결손 고려 시 자본 유출이 제한적이며 주식위험 감소로 인한 K-ICS 개선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특별배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Copyright ⓒ 이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