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재고 급감…다시 고개드는 '코코아 쇼크'

수급 불안·재고 급감…다시 고개드는 '코코아 쇼크'

이데일리 2024-11-20 12:06:42 신고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 봄 역대 최고점을 찍고 주춤해졌던 카카오 원두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주요 소비처인 유럽과 미국의 수요도 예상과 달리 견조해 공급 부족을 메워왔던 거래소의 재고도 고갈되고 있어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신프라의 한 농장에 코코아 열매가 놓여 있다.(사진=로이터)


2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코코아 가공 전 열매인 카카오 원두의 국제 벤치마크인 영국 런던 시장 선물 가격(2개월물)은 15일 한때 톤당 6999파운드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 시장에선 톤당 8783달러로 6월 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영국과 미국의 거래가격은 지난 4월 역대 최고치에 비해서는 70% 하락한 수준이지만, 최근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고 있다.

올해 10월 시작된 회계연도(2024~2025년도)에 카카오 원두의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말 블룸버그통신은 2024~2025년도 카카오 원두 공급이 약 9만톤 정도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0~202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주요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수확이 지난해 흉작과 달리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급 전망이 다시 어두워졌다. JP모건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2024~2025년도에 약 10만톤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도 56만톤 규모 공급 부족에 견줘 개선되지만,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JP모건은 시장의 균형이 잡힐 때까지 중기 가격 전망을 뉴욕 선물 기준 톤당 6000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원두 값이 높은데도 수요가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는 점도 수급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주요 소비국인 유럽에서 7~9월 분쇄(가공)한 카카오 원두 양은 35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감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북미는 11.6% 증가, 감소할 것이라는 사전 예상과 달리 크게 늘었다.

공급 부족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 재고도 부족하다. 카카오 원두 선물이 상장된 뉴욕과 런던 상품선물거래소에는 최종 결제 시점의 인도에 대비해 품질을 인정받은 상품을 창고에 비축하는 ‘인증 재고’가 있다. 원자재상품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탈거래소(ICE)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뉴욕 시장의 인증 재고는 165만포대로 전년 동기보다 60% 감소했고, 런던 시장의 재고는 80% 급감했다.

또한 2023~2024년도는 작황 부진에 더해 밀수가 성행한 것도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가나 등 주요 산지에서는 심각한 품귀현상이 발생하며 해외 수요처와 사전 계약한 물량의 절반 정도를 출하하지 못하고 다음 분기로 납품을 미뤘다. 원료를 조달하지 못한 수요처는 거래소에서 현물을 끌어와 대응하며 재고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의 야마다 요시코 카카오·참깨 담당 부서장은 닛케이에 “수급 경색이 계속되고 있으며 언제든지 또 다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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