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가 2025년 의대 증원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의료계에 대화를 요구하는 상황을 두고 '약탈혼'이라는 극단적 비유를 동원하며 정부를 맹비난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2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2025년 의대 정원은 1년 10개월 전인 2023년 4월에 이미 발표됐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불과 9개월 전인 2024년 5월 그걸 번복해 발표한 것"이라며 "법을 이렇게 마음대로 무시하는 건 정부인데 마치 의료계가 법을 무시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에는 저희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보면 약탈혼이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여성을 그런 식으로 (약탈혼)해놓고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약탈혼은 결혼 상대를 납치해 결혼하는 것으로, 현재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여성 억압의 대표 사례로 여겨져 철폐된 악습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정원 재논의 없이 의료계를 향해 대화를 압박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조하고자 약탈혼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진행자는 그러나 "설명을 편하게 좀 알기 쉽게 하시느라고 예시를 든 것으로 저는 이해하지만 약탈혼 예시는 그렇게 적절한 예시는 아니었던 걸로 저는 진행자로서 말씀드린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되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미 입학해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며 "제 생각에는 우리 사회가 입시만 중요하지 교육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어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의료계가 만약에 합의했다고 하면 2년 후, 3년 후 나중을 생각해보면 나중에 계속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때 되면 지금 장관이나 대통령께서는 다 안 계신다. 그러고 나서 의료계가 합의했다 이러면 이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정 대화에 앞서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정부가 의대 증원 계획 발표 과정에서 한 잘못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의협과 정부의 양자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직접 참여했었다. 거기서 의대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그런데 대통령께서 사실과 다르게 대국민 담화에서 19차례나 협의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어떻게 정부를 믿고 또 협의를 하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2천 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말씀하신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비과학적 주장을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도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과의 주체에 대해선 "꼭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실 필요가 있겠나. 보건복지부 장관님이라든지 부처의 행정을 책임지는 분들이 말씀하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면 그때 비로소 신뢰가 형성이 된다는 것이지, 그때 바로 뭘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정부 사과가 의정 대화의 선결 조건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런 대화 문제도 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같은 방송에 출연해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 입시는 예고도 미리 돼야 하는 거고 또 법적인 규정을 따라서 예측 가능해야 하는 것이고 또 공정해야 한다. 그런 원칙에 비춰 보면 지금 (2025년 의대 증원을 무효화하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정부로서는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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