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고(故) 이우영 작가 유족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형설출판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간 양측 간의 저작권 분쟁은 출판사 측이 고인 등을 상대로 제기됐던 것인데, 이번에는 고인 측에서 제기한 첫 번째 저작권 침해 대응이다.
|
이우영 작가 사건대책위원회와 배우자 이지현씨는 20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저작권을 침해한 형설출판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고인이 그림을 그리고 배우자 이씨가 글을 쓴 만화책 ‘검정고무신의 실수특급’을 형설출판사가 2015년 무단으로 재발간했다는 이유에서다. 유족 측은 재발간 과정에서 작가 등과 협의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부인인 이씨는 “제가 처음에 냈던 것은 ‘검정고무신 실수특급’이었는데, 출판사에서 낸 책 제목은 ‘와우 세상에 검정고무신이 거짓말같아요’라고 해서 전혀 다른 제목과 표지 그림이어서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도 “책을 사서 보니 남편의 사진과 당시에 썼던 인사말, 그리고 제가 썼던 인사말까지 똑같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출판사에) 내용 증명도 보냈었는데 답변을 받지 못 했다”면서 “고소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고소장을 접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출판사가 양측 간의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정부와 재판부가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훈 대책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검정고무신 저작권 계약이 불공정한 계약임을 인정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장진혁 형설출판사 대표의 공동저작권 등록사항을 말소했다”면서 “1심 재판에서도 저작권 분쟁과 관련해 형설출판사의 과실을 인정해 계약 무효를 판결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형설출판사는 1심 재판 후 즉시 항소를 제기했으며 고인의 막내딸이 6400만원 규모의 민사 소송에 휘말린 상태”라면서 “이우영 작가와 유가족들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소송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검정고무신 저작권 분쟁에서 드러난 인간의 과도한 탐욕과 그로 인해 유가족들의 고통이 끝나지 않는 현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유가족들의 고소 또한 이런 환기를 위한 작업의 일부”라고 밝혔다.
한편, 양측은 그간 저작권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는 모두 형설출판사가 고인이 된 이 작가를 상대로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것이었다. 지난해 1심 재판은 양측 간 사업권 계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형설출판사의 캐릭터 업체인 형설 앤 측이 ‘검정고무신’ 캐릭터 창작물·광고물을 생산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특정 시점까지는 사업권 계약이 유효했으므로 이 작가 측이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약 74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양측은 이에 반발해 각각 항소했으며, 오는 21일 2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