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A씨가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980년 당시 11공수여단 소속 군인이었던 A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불법 시위·소요 사태로 규정한 군 상부의 진압 명령에 따라 경계·정찰 등의 투입돼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시위대가 발포한 총기의 유탄이 왼쪽 팔에 박혀 골절상을 입었으며 함께 직무를 수행하던 부대원이 총상을 입거나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모습을 목격해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를 입었다는 것이 A씨 측 주장이다.
이에 A씨는 37년이 지난 2017년 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보훈지청 측은 A씨의 분노조절장애에 대해서는 비해당 결정을 내리고 골절상만 유공자 요건으로 인정했다.
이 같은 보훈지청 측 비해당 결정에 불복한 A씨는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아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1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군 직무수행과 A씨의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에는 인과성이 없고, A씨의 증상은 개인적인 분쟁 또는 민주화운동 진압군 비판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훈지청에 낸 상이 발생 경위서에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 등 트라우마에 시달림’이라고 쓴 점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보훈지청이 A씨의 정신적 상이 중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만 전제하고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가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며칠 뒤 PTSD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받은 점 등의 진료 내용을 종합해 ‘A씨의 PTSD가 민주화운동 관련 여론 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당시 사태로 생긴 병인지도 모르고 숨기고 살면서 힘들어하는 동지들이 명예롭게 구제되어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서 봉사하면 살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보훈지청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해당 판결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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