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일본전 대패를 한 경기 만에 잊었다. '신태용 매직'이 다시 폭발했다.
인도네시아가 안방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제압하고 조 3위로 올라서면서 월드컵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승점은 6점이다. 승점 차이가 10점인 조 선두 일본을 끌어내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2위 호주(승점 7)의 자리는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신태용 감독이 말한 현실적인 목표인 4차예선 진출 역시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태용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를 통해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는데 성공했다. 앞서 인도네시아가 홈에서 일본에 대패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신태용 아웃" 해시태그가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태용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완파하자 인도네시아 팬들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C조에도 큰 혼란이 생겼다. 조 선두 일본(승점 16)과 2위 호주(승점 7)를 제외하고 3위 인도네시아부터 6위 중국까지 승점이 모두 같다. 호주 역시 승점 차이가 1점밖에 되지 않아 2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차예선 남은 4경기는 더욱 큰 혼란 속에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6차전 홈 경기에서 대표팀 최고의 스타인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의 멀티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승점 3점을 얻은 인도네시아는 C조 3위로 단숨에 치고 올라갔다. 4위 사우디아라비아와 승점, 득실차 모두 동일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득점(6골)이 사우디아라비아(3골)보다 많아서다.
앞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무승부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던 인도네시아는 바레인과의 경기에서 극장 동점골을 실점해 비기고, 중국과 일본에 패배하면서 기세가 꺾인 상태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리턴 매치에서 챙긴 승리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인도네시아는 5-3-2 전형을 꺼냈다. 마르텐 파에스가 골문을 지켰고 저스틴 후브너, 제이 이제스, 리츠키 리도가 백3를 구축했다. 캘빈 베르동크와 샌디 월시가 윙백을 맡았다. 마르셀리노 페르디난, 톰 하예, 이바르 제너가 중원을 책임졌다. 라파엘 스트라윅과 라그나르 오랏망언이 투톱을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4-1-4-1 전형으로 맞섰다. 아흐메드 알카사르가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야시르 알샤흐라니, 알리 알불라이히, 하산 탐바크티, 사우드 압둘하미드가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파이셀 알감디가 허리를 받치고 나세르 알다우사리와 모하메드 칸노가 그 위에 섰다. 마르완 알사하피와 모하메드 하마드 알카티니가 측면에 배치됐다. 피라스 알부라이칸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초반부터 스트라윅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찬스를 놓치며 아쉬움을 삼켰다. 스트라윅이 득점했다면 조금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지만 실패했다.
대신 인도네시아는 전반 32분 대표팀의 슈퍼스타 페르디난의 선제골로 아쉬움을 떨쳐냈다. 오랏망언이 왼쪽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수비를 흔든 뒤 내준 컷백 패스를 페르디난이 오른발 감아차기로 연결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네트를 가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얻어맞은 사우디아라비아는 곧장 반격에 나섰지만 백3를 중심으로 한 인도네시아의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갖춘 인도네시아는 페르디난의 선제골을 지켜내며 전반전을 1-0으로 마무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측면 공격수인 알카타니를 불러들이고 압둘라 알함단을 투입해 최전방에 숫자를 더했다. 공격적인 교체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고전하는 와중에 인도네시아가 후반전 초반 다시 한번 사우디아라비아에 일격을 가했다. 후반 12분 사우디아라비아 박스 안에서 혼전 상황이 발생했고, 집중력을 발휘한 페르디난이 다시 한번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너뜨렸다.
페르디난은 한 차례 슈팅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에 맞고 나왔음에도 이를 놓치지 않고 재차 슈팅을 시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다급해진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사브 알주와이르, 압둘라 라디프, 살레 알셰흐리를 연속으로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공격수만 세 명이 들어간 상황.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침착하게 하예와 페르디난을 불러들이고 나탄 추아온과 프라타마 아르한을 내보내 수비를 강화했다. 이어 야코브 사유리까지 내보내면서 중원에도 벽을 쌓았다.
페르디난의 추가골로 힘을 얻은 인도네시아는 승리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세를 버텨내며 무실점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 25분 알함단의 헤더가 파에스의 선방에 막히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잘 버텨냈다.
인도시아는 경기 막바지 후브너가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빠지자 무하마드 페라리와 샤이네 파티나마 카드를 꺼내 굳히기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은 시간 동안 맹공을 쏟아부었으나 77%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슈팅을 23회나 시도하고도 유효슈팅은 3회에 그쳤다. 경기는 인도네시아의 2-0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하나의 팀이 되어서 잘 뛰었고,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팬들과 하나가 되어 선수들이 힘을 얻었다.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선수들이 잘 수행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이 결과에 대해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남은 4경기에 전력투구를 할 예정이다. 12월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아세안 미쓰비시 일렉트릭 컵에 출전하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기를 통해 감각을 유지한 뒤 내년 3월 호주와 원정 경기, 바레인과 홈 경기를 치른다. 이후 6월에는 중국을 홈으로 불러들이고 일본 원정으로 월드컵 3차예선 일정을 마친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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