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미래를 파고든 한 일간지 기획물 글의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입바른 소리 지겨워…" 외면받은 '샌님 민주당' / "입에 발린 말이어도…" 빈자는 트럼프 택했다](한국일보 11월19일 15면). 온라인 제목은 변주된 듯도 합니다. [허풍 떤 트럼프보다, 훈계질과 잘난 척하는 해리스가 더 미웠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의 글에 붙은 이 제목을 보고 탁하고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정치란 무엇이고 또 선거란 무엇일까요? 세계 최강국에서 일어난 정권교체의 의미를 되새기며 떠올리는 물음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세계 최초의 정치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잊었던 게 분명합니다. 정치사상사(史)의 권위자인 스티븐 B. 스미스가 『정치철학』에서 요약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의는 간명합니다. [이론은 우리가 가진 평범한 인식, 세계에 대한 경험과 '조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식 국정운영의 열쇠이다].(p.132 인용) 민주당 집권기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은 지나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평민의 언어로 사람들의 평범한 인식을 고려하며 민의를 챙긴 트럼프와 대비됩니다.
사람의 입은 곧 말이고 말은 곧 입입니다. 우리 말글에서 입이 들어간 관용구와 속담이 많은 이유입니다.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하는 상대에게 거짓말은 통하기 힘들 것입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이를 신뢰하긴 어려울 테고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다' 하고 누군가 말했다면 그는 십중팔구 눈을 부라린 채 그랬을 것입니다.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 하는 말에서는 어릴 적 가난에 쪼들리던 우리네 부모님들의 강단 있는 낙관주의를 엿봅니다.
일상에서 쓰이는 정도와 관계없이 아껴야 할 속담도 차고 넘칩니다. 입이 똥개가 먹는 음식(차반)과 같이 너절하다는 뜻의 '입이 개차반'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입이 똥이라는 것입니다.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는 어리석음은 '입 가리고 고양이 흉내'라고 비유합니다. '입술에 침도 마르기 전에 돌아앉는다'라는 속담은 서로 약속이나 다짐 따위를 하고 나서 금방 태도를 바꾸어 행동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요즘 정치인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같네요. '백성의 입 막기는 내 막기보다 힘들다'라는 속담도 사전은 소개합니다. "백성들 속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여론을 막는 것은 흐르는 냇물을 막기보다도 어렵다는 뜻으로, 국민의 여론이나 소문을 막을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일보 Deep & Wide '트럼프 2.0 시대를 전망한다' <2> 미국, 왜 트럼프인가?(박홍민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2024년11월19일자 15면)
2. 같은 글 한국일보 온라인(입력 2024년11월19일 04시30분 수정 2024년11월19일 09시38분)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11810110001984
3. 지은이 스티븐 B. 스미스 옮긴이 오숙은, 정치철학, 문학동네, 2018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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