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거리무기 허용에 러 핵교리 개정…우크라도 핵공격 가능(종합2보)

美 장거리무기 허용에 러 핵교리 개정…우크라도 핵공격 가능(종합2보)

연합뉴스 2024-11-19 21:00:30 신고

핵무기 사용 조건 낮춰…"핵보유국 지원받는 비핵보유국에도 핵무기 사용"

재래식 무기 공격에 주권 '중대한 위협'시 핵무기 사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크렘린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非)핵보유국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사용에 대한 교리(독트린)를 바꿨다.

미국이 자국산 장거리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이에 '핵 카드'를 꺼내 맞대응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지 1천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개정된 핵억지 분야 국가정책의 기초(핵 교리)를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개정 핵 교리는 이날부터 발효된다.

이번 개정을 통해 러시아는 핵 억지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동맹, 핵 억지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의 범위를 확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공개된 개정 핵교리 문서를 보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서방 핵보유국(미·영·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지목한 것이다.

러시아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을 주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있을 때도 핵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픽] 러시아 핵 사용 교리 개정 내용 [그래픽] 러시아 핵 사용 교리 개정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핵무기 사용 결정은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다.

재래식 무기와 관련해 이전 교리에서는 적의 재래식 무기 공격이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 개정으로 그 문턱을 낮췄다.

최근 핵보유국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핵무기로 대응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재래식 미사일을 사용하더라도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교리는 "핵무기 사용은 국가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러시아는 새로운 군사 위협 및 위험의 출현으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하게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핵억지력은 지상·해상·공중 기반 핵전력을 포함한다"며 "핵억지력은 핵무기로 적에게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러시아군의 힘과 수단이 존재함으로써 보장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아울러 잠재적인 적이 러시아와 그 동맹국들을 침략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이며, 러시아나 동맹국들이 군사 연합(동맹·블록)에 소속된 한 국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이를 연합 전체의 공격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나토의 벨라루스 등 동맹 공격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핵억지력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 준비·실행을 위해 영토, 해상, 공중,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수행된다고 교리는 덧붙였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의 원칙을 현재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서방과 대립이 격화한 상황이 핵 교리 개정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정된 핵 교리가 러시아는 물론 해외에서도 연구해야 하는 중요한 문서라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가 핵무기를 억지 수단으로 간주해왔으며 강제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잠재적 적들이 러시아나 동맹국들을 공격하면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개정 핵 교리를 발표한 것이 미국의 장거리 무기 사용 승인 결정과 관련 있느냐는 물음에는 "푸틴 대통령은 사전에 개정 지시를 내렸고, 개정안 준비가 막바지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적시에 발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을 개정 교리에 담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었다.

미국이 이같은 우크라이나의 끈질긴 요청을 결국 받아들이자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핵무기 사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내용으로 핵 교리를 개정하면서 맞대응한 셈이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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