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국노총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하며 "근로자의 힘이 되겠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노동이슈를 좀 경시한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받아왔다"는 등의 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그간 한 대표는 △기업편중 경향 △노조활동 탄압 등을 이유로 노동계로부터 '반(反) 노동적'이라는 지적을 들어온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을 이 정부의 대표 성과로 홍보해왔다.
한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우리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노동이슈를 좀 경시한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받아왔지 않나"라며 "그렇지 않다. 저희는 진심으로 근로자의 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우리가 보수정당으로서 우상향 성장을 얘기하지만 성장은 복지를 위한 도구"라며 "근로자가 진짜로 필요한 것을 제대로 찾아서 실천하는 정당이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라고도 했다.
이어 한 대표는 "(한국노총에서) 말씀하신 주제들 저희도 큰 틀에서 공감하는 것"이라며 "차이가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실용적인 대화가 가능한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국 정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예술"이라며 "저희는 근로자의 권리 형성을 우선순위로 둔다"고 말해 노동권 강화를 자당의 '정책적 우선순위'라 강조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구체적인 논의 의제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라든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법제를 갖추는 것, 기후변화에 관한 어떤 노동자들의 직면하고 있는 문제 해결점을 찾는 것, 정년의 문제" 등을 언급했다.
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야권과 노동계로부터 '반 노동주의'라는 질책을 받아온 정부·여당 주도 '윤석열표 노동개혁'과 대비돼, 진정성에 대한 노동계 등의 지적이 예상된다.
가령 이날 한 대표가 언급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후 소상공인 등 사업자 측 어려움을 이유로 국정과제에서 철회한 의제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후 해당 의제를 '점진적 추진 과제'로 설정하고 경사노위 논의 등을 강조해 왔지만 경사노위가 노조 탄압 논란 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진 바는 없다.
윤 대통령의 대표 노동정책인 '근로시간 유연화'는 현행 근기법에 명시된 '주 52시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을 기업 측 형편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때문에 시민사회로부터 '노사 간 권력관계를 고려치 않은', '근기법 도입 취지에 어긋난 정책'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노동자의 자율적 선택권보다 사용자 재량권을 확대하고 '압축·집중 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결합된 '유연 장시간 노동체제'로 향할 공산이 크다"(참여연대)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對)노조 강경 기조를 유지하며 노동계와 반목해 왔다. 지난 해엔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본부 3지대장 분신 사망 사건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곤봉 폭행 사건 등을 거치며 양대노총이 모두 정권퇴진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한 대표 또한 '화물연대 불법 파업 원칙 대응'을 정부의 대표 성과로 꼽는 등 윤 정부의 노동행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 적용과 더불어 노동계 숙원으로 꼽히는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이 법안을 '불법파업조장법'이라 규정한 여당의 지원 속에 대통령 거부권과 재표결 부결이 반복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국민의힘이 '2년 유예안'을 지난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적 있으며, 한 대표 또한 유예 의견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13일 전태일 열사 54주기 추모 논평에서 정부·여당을 겨냥 "(정부가) 주52시간제를 계속 흔들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란봉투법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 노동자 권익이라든가 보호라든가 복지에 관한 정책들은 많은 경우에 보수정당에서 이뤄진 것들이 많다"며 "국민의힘이 노동문제를 좀 경시하거나 피한다, 이런 인상들을 많이 갖고 계시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대화 의지를 재강조했다.
한 대표는 '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동계와 반목하고 있다'는 기자의 지적엔 "상호 이해의 문제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저희도 그렇고 노총도 그렇고 잘해보자는 생각과 방향은 다를 바가 없다. 오늘 대화하면서도 그런 공감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서로 많이 확인했다"고 원론적인 답을 남겼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