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블랙먼데이' 사태로 급락세가 나타났던 지난 8월 초 이후 이달 15일까지 국내 상장사(코스피·코스닥) 중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기업은 72개사로 집계됐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시중에 유동되는 회사 주식 물량이 감소해 주가 상승 요인이 되는 동시에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자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8월 초 이후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코스피 기업들의 상승률을 살펴보면 키움증권의 자사수 매입 공시 발표 이후 일주일간 9.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도 9.10%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NHN(10.53%) , LF(5.34%), DB금융투자(6.21%) 등 모두 높게는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소각까지 예고 및 완료하는 것이 진정한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까지 이뤄져야 회사 발행주식 총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당 순이익(EPS)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상장사들의 움직임은 자사주 매입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소각 공시 건수는 3건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선진국 대비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기업의 발행 주식 수 대비 보유 자사주 비율은 3%로, 2018년 2.7%를 저점으로 상승했지만 KRX100 기업 중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기업 수 비율은 지난해 19%, 올해 5월 기준 12%에 불과해 다른 선진국 증시에 한참 못 미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상장사의 유동주식수는 2010년 대비 현재 87%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순이익은 54% 증가했지만, EPS는 35% 증가에 그쳤다"면서 "자사주 매입 여부도 중요하지만, 소각 여부도 주주환원이익 측면에서는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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