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덕분에 우리에게도 편치 않을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트럼프 이전 시대를 추억하면 생각날 대표적 인물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인데 부동산 재벌 아버지를 둔 트럼프와 달리 오바마는 다문화에 한 부모 가정 출신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지만 순탄하지 못한 성장기를 이겨내고 자수성가했다.
정치적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바마처럼 역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성취를 이룬 인물을 전문대 교육의 롤모델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오바마를 전문대 교육의 롤모델로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전문대의 교육은 취업을 우선해서 실무와 연계한 기술과 직업 교육을 하는 곳이라 오바마 같은 전문직 출신의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대부분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대는 취업 교육에 더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대학)와 리버럴 아츠 칼리지(학부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처럼 전문대의 교육 목표에도 상급학교 진학을 포함시켜 해당 프로그램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이혼과 자신의 인종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오바마는 학업과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고교 때 마약을 했을 만큼 완벽한 학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옥시덴탈 칼리지라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 성격의 대학에 입학해 1학년 이후 뜻을 세워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 2년 수료 후, 컬럼비아대학교에 편입해 정치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상위 10% 이내 우수한 성적의 학생으로 성장해 존경받는 대통령까지 됐다.
오바마가 다닌 학교는 우리나라 전문대 성격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커뮤니티 칼리지나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졸업 또는 2년 수료한 후, 명문·주립 대학에 편입해 학문적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도 전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의 폭을 넓혀 다양화하고 전문대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자 한다면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나 리버럴 아츠 칼리지 같은 성격의 학과 또는 교육과정을 전문대에 만들어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점은 입학이 비교적 쉽고 편입할 대학의 학점 인정이 많다는 점이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중심으로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담당 교수들의 헌신적인 지도가 소그룹 중심으로 잘 이뤄져 특히 외국인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 대부분이 공립 또는 주립이므로 사립대학 중심의 우리나라 전문대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적절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수능 재도전 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전문대의 교육적 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4년제 대학에도 자율전공 선발이 늘고 전공 선택 시기를 늦춰 실질적인 전공 진입을 대학원 석사과정 이후로 고민하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전문대에서도 리버럴 아츠 칼리지 성격을 띤 학과에서 공부해 학문적 성취를 위한 도전을 지속해나갈 기회를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주면 어떨까?
대학 진학·학업에 관한 기회를 오로지 수능 시험 하나로 통일시켜 무한 경쟁을 유발하는 입시제도를 개선해 다양한 유형의 인재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방법을 제안해본다. 이는 더 좋은 교육의 실현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많은 이들의 조화로운 행복에도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대학신문>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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