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로 금융시장 자금이동 가속
과도한 불안 경계하고 유사시 위기관리 만전 기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매년 5월이 되면 미국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의 도시 오마하로 향하는 항공료와 현지 호텔 숙박료가 2∼3배로 뛴다. 수만 명의 투자자들이 '투자의 달인', '오마하의 현인'(賢人) 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의 경제진단과 투자 조언을 듣기 위해 오마하로 향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매년 5월 오마하에서 개최하는 주주총회가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축제'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 공부를 위해 아빠의 손을 잡고 참석한 초등학생부터 뉴욕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까지 모두 버핏이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알고 싶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올해 나이 94세. 재산 가치가 전 세계 10위 내에 드는 거부인 버핏은 그동안 주주와 투자자들이 지침으로 삼을 만한 많은 조언을 남겼다. 2001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썰물이 되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호황이고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절엔 잘 보이지 않았던 투자자산의 실체가 불황이 오면 드러난다는 의미다. 주식 가격이나 투자자산의 가치가 오를 때 투자의 원칙을 지켜가며 리스크가 커질 때 대비한 대응책을 잘 세워둬야 썰물의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산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금언이다.
돈은 돈을 좇아 흐른다. 투자 대상의 구분도, 국경도 없이 단 0.1%라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이 돈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때나 특정 국가의 경기가 특별한 호황일 때, 특정 기업이 혁신과 기술개발로 산업 트렌드를 주도할 변혁을 이뤄낼 때 전 세계 유동성은 돈 냄새가 나는 곳으로 몰려든다. 올해 일본은행이 장기 초저금리에서 벗어나 금리를 소폭 올리자 해외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일본으로 귀환하는 흐름을 보였던 것은 수익을 좇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글로벌 머니무브'(자금이동)의 한 단면이었을 뿐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트럼프 트레이드'가 전 세계 자금시장의 흐름을 뒤흔들 기세다. 보호무역, 자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달러와 비트코인의 가치는 급상승하고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쓰는 중이다. 반대로 그 여파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주가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함께 투자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 실물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견조한 만큼 금융시장의 과도한 불안감과 충격은 진정되겠지만, 혹시나 썰물의 시간이 닥쳤을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버핏의 조언을 되새길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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