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18일 법률 대리인 김연기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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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김 씨는 한 젊은 사업가 A씨를 소개받았는데, “(A씨가) 강제 흡입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A씨에 대해선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현재까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씨 측 입장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필리핀 현지 수사는 예정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하며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해당 개정안이 발의됐을 시점에 이른바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를 다른 사람에게 강제 투약해 항거불능 상태에 빠트린 뒤 성범죄를 사건이 잇따랐다. 이에 앞서 ‘버닝썬 사태’에서도 물뽕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과는 같았다.
관련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선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 음료’를 건넨 일당이 붙잡히는 등 유사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졌다.
한 프로골퍼는 2022년 7월 서울 강남 한 유흥주점에서 엑스터시를 복용하면서 동료 여성에게도 숙취해소제로 속이고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마약 강제 투약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범죄가 성행하고 타인을 중독에 빠트리는 경우 보다 엄격하게 처벌해야 급증하는 마약 범죄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마약범죄 수사·기소·처벌에서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마약류 등의 타인 투약은 그 자체로도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자기 투약보다 강하게 처벌하자는 의견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행법 체계상 양형을 통해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타인 투약 미수를 제재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데이트 강간 약물 유통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자는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는 지난 12일 필리핀 마닐라 출국 전 SNS를 통해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경찰에게 신변보호를 요청하고자 영상통화를 걸었고, 해당 사업가의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을 추적했다”면서 “구조 요청을 보내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마약 투약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영상과 협박을 받은 메시지, 경찰로부터 피해자용 스마트워치를 받은 사실은 모두 객관적 자료”라고 밝혔다.
김 씨는 귀국 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한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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