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18일 여의도 IFC 브룩필드홀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두산밥캣 이사회를 대상으로 밸류업 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내 '밸류업 정책' 시행 이래 처음으로 투자자가 회사의 밸류업 계획을 먼저 제안 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토종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을 향해 미국에서 상장하라고 제시한 것. 이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고질적 병폐인 '기업 지배구조 문제' 개선 방안으로 정부가 강조하는 '밸류업 공시'를 활용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8일 여의도 IFC 브룩필드홀에서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두산밥캣 이사회를 대상으로 △미국 상장 △이사회 독립성 확보 및 이해상충 우려 해소 △주주환원율 정상화 및 자본구조 효율화 △밸류업과 연동된 경영진 보상 정책 도입 등 총 네 가지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두산밥캣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할텐데, 좀 더 좋은 방안으로 나오길 바라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이 대표는 두산밥캣이 미국에 상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은 역사적으로도 미국 사람 인식으로도 미국 회사"라며 "부자연스럽게 한국에 상장한 형태인데, 미국에 상장시켜 과실을 현재 주주와 함께 나누자"고 주장했다.
미국에 상장해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는 주요 사업지가 미국이라는 점이다. 2023년 기준 두산밥캣의 북미 매출 비중은 74%로, 미국 상장된 동종기업인 캐터필러나 디어의 건설기계 부문 북미 매출 비중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대표는 "두산밥캣의 최근 수년간 사업 성과는 업계 상위권에 속하나, 동종기업들과는 달리 자본시장에서 적절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두산밥캣은 한국에 상장되어 미국의 주요 지수나 투자은행의 리서치 커버리지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고,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보유 비중도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산밥캣의 미국 상장을 통해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거래 접근성을 제고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자금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제 두산밥캣의 2015년 pre-IPO 및 2016년 IPO 추진 시 미국 상장이 심도있게 검토된 바 있으며, 미국 상장은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좋은 밸류업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하는 미국 상장 방법은 먼저 △기타 종속회사의 자산을 북미 법인 산하로 이전 및 편입한 뒤 △북미 법인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것이다. 이때 신주 발행을 해 자본을 조달, △국내 상장된 법인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해 국내 증시 상장 기업을 상장폐시 지키는 방식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제시하는 두산밥캣의 미국 증시 상장 예시 발표 내용 갈무리. ⓒ 프라임경제
이 대표는 "해외에서 유입된 돈이 국내로 들어오는 구조"라며 "미국에 상장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면 EBITA가 3배 이상 증가해 현재 주주들이 누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의 이사회 독립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및 평가 과정에서 주주 참여 확대를 제안한다"며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 도입과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사외이사 후보 평가 자문단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율 정상화 및 자본구조 효율화 측면에서 이 대표는 "동종기업 평균 수준인 65%로 주주환원율을 정상화하고, 자본구조 효율화를 위해 특별배당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두산밥캣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18%에 그친다는 게 얼라인파트너스 측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밸류업 계획 관련 '주주가치와 경영진 성과 평가 연계'를 제시했다. 현재 대다수 기업들은 경영진 평가 지표로 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본다. 경영진은 주가가 오르든 말든 무관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꼭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주주 이익과는 괴리가 생긴다.
이 대표는 "주주가치와 경영진 성과 평가를 연계해 경영진에게 보상하면 주주도 좋고, 경영진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