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토트넘홋스퍼가 손흥민과 1년 계약 연장으로 마음을 굳힌 모양새다. 판매를 위한 초석이라는 말이 있지만, 손흥민 대체자를 구한 이후에 나올 만한 이야기다.
17일(한국시간) 독일 ‘스카이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손흥민은 토트넘에 1년 더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토트넘은 2026년까지 1년 계약 연장 조항을 발동할 걸로 예상된다. 거의 결정된 사항”이라고 전했다. 공신력 높은 매체에서 연이어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연장을 보도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거의 결정’이라는 단호한 단어를 사용했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 체결 대신 1년 계약 연장 조항을 발동하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손흥민이 30세를 넘었기 때문이다. 30대에 접어든 선수에게 단기 계약을 제안하는 건 빅클럽에서 흔한 일이며, 1년 계약 연장 조항도 맥락상 다르지 않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없지 않은 만큼 손흥민의 기량이 시즌 내내 유지되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심산도 담겨있다.
현지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것처럼 손흥민 이적료를 받기 위해 계약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걸 수도 있다. 손흥민은 최근 파리생제르맹에 연결되는 등 꾸준히 유럽 빅클럽 및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와 이적설이 나고 있다. 여전히 실력과 스타성 양 측면에서 매력적인 매물인 만큼 토트넘이 협상 과정에서 이문을 챙기려고 1년 계약 연장을 했을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손흥민을 판매하기 위해 1년 계약 연장 조항을 발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적어도 이번 시즌은 그렇다. 마땅한 손흥민 대체자가 구해지지 않았다. 물론 토트넘의 지난 역사를 돌이켜볼 때 대체자 없이 에이스를 판매하는 게 상상하기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 시즌 해리 케인을 판매하고 스트라이커 부재로 골몰하다가 이번 시즌 도미닉 솔랑케를 영입한 걸 생각한다면 손흥민의 경기 영향력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사들이는 게 우선이다.
현재는 손흥민 외에 레프트윙으로 뛸 만한 선수가 없다. 최근 토트넘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윌손 오도베르가 햄스트링 수술을 받는다고 밝혔다. 히샤를리송도 부상으로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티모 베르너는 완전 이적조차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제임스 매디슨은 중앙 미드필더로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그렇다고 2007년생 마이키 무어에게 모든 걸 맡기기는 무리가 있으며, 2006년생 양민혁에게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다가오는 겨울과 여름이 손흥민을 판매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서 손흥민보다 나은 토트넘 선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베르너가 갑자기 결정력을 향상시키거나 오도베르가 복귀 후 훌륭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 만약 대체자 없이 손흥민 판매만을 염두에 둔 계약 연장이라면 토트넘이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에 다름없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토트넘홋스퍼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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