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하락세가 장기화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해외투자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국내 투자 상품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상장된 ETF는 138개 종목이다. 올 10월까지 운용사들이 출시한 해외형 ETF는 71개로 국내형 ETF(62개)보다 15% 더 많았다. 국내와 해외가 혼합된 ETF는 5개 종목이다.
해외형 ETF가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와 맞물려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며 관련 상품 출시가 늘어난 것이다. S&P, 다우존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물론 미국 빅테크와 AI 테마에 기반한 ETF 출시가 활발했다.
미국 정치 이벤트에 맞춘 테마형 ETF 출시를 계획 중인 자산운용사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맞춰 방산주, 조선주 등을 포함한 특정 테마형 ETF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미국 주요 지수와 빅테크·AI 테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S&P500, 다우존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구글, 애플 등 미국 주요 기술주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를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미 방산과 조선 업종 테마 ETF도 있지만 주요 운용사들은 편입 비중을 조절하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은 테마로 구성된 ETF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내형 ETF에 편입한 종목들 수익률 기대치는 낮아졌다. 이에 운용사들은 국내형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상품 수를 줄이고 있다.
다만 정부 주도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기반한 ETF 12종이 이달 4일 상장하며 국내형 ETF에 힘을 실어줬다. 금융당국이 최근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배당을 강화하고, 주주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성돼 출시 전부터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형 ETF는 단기간에 수익률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약 일주일간(4~11일) 코리아 밸류업 테마형 ETF 수익률은 평균 -1.5%로 부진한 모습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리아 밸류업은 ETF 설계 전부터 주식시장에 선반영돼 단기간에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에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저평가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주도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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