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결말로 화제를 모은 한국 드라마가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충격적인 반전과 독창적인 연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열린 결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바로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다.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국내 드라마 제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스타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은숙은 대표적인 스타 작가로 꼽힌다. 그는 2004년 방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통해 단숨에 한국 드라마계의 중심에 섰다.
김 작가는 대학로에서 희곡을 쓰던 작가였다. 드라마 작가로의 첫발은 당시 드라마 제작 PD였던 윤하림 대표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는 2003년 ‘태양의 남쪽’을 공동 집필하며 드라마에 데뷔했다. 비록 데뷔작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바로 다음 해에 방영된 ‘파리의 연인’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파리의 연인’은 최고 시청률 57.6%, 평균 시청률 41.1%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은 김 작가와 신우철 감독의 첫 협업으로 탄생했다. 김 작가의 대본은 치밀한 구성과 감각적인 대사가 돋보였고, 신 감독은 이를 화면에 완벽히 담아냈다.
드라마 성공에는 배우들의 공헌도 컸다. 한기주 역의 박신양은 6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신양은 영화 ‘편지’ 등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였지만, ‘파리의 연인’으로 다시 한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패션 스타일과 대사는 선풍적인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한기주식 넥타이 매는 법'도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김정은도 강태영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 공백기를 깨고 드라마로 돌아온 그는 ‘파리의 연인’에서 시청자들에게 친근하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김정은에게 SBS 연기대상 공동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안겼다. 강태영은 전형적인 캔디형 신데렐라 캐릭터였지만, 김정은은 이를 생동감 있게 연기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파리의 연인’은 재벌 남성과 가난한 여성의 사랑이라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다. 하지만 익숙한 설정에 머물지 않고 감정을 자극하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로 차별화된 완성도를 보였다. 특히 이동건이 연기한 윤수혁의 대사 “이 안에 너 있다”는 당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윤수혁은 강태영을 짝사랑하는 서브 주인공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설렘을 자극했다. 흔히 주인공이 아닌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에 빠지는 ‘서브병’을 유발한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윤수혁의 매력은 단순히 외모와 대사에서만 나오지 않았다. 이동건은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히 표현했다.
문윤아 역의 오주은은 극 초반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국회의원 딸로서 한기주에게 집착하는 문윤아는 악역으로 등장했으나, 마지막에는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조연 김서형은 한기주의 전처이자 강태영의 직장 상사인 백승경으로 등장해 쿨한 매력을 선보였다.
이양미 역의 조은지는 강태영의 동생 같은 존재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그는 태영이 파리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준 인물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태영과 함께 생활하며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조은지는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했고, 2022년에는 영화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파리의 연인’은 막장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뛰어난 대사와 연기로 이를 극복했다. 특히 결말에서 '지금까지 이야기는 강태영이 쓴 소설'이라는 반전은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이 열린 결말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남겼다. 그럼에도 ‘파리의 연인’은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엔딩을 남긴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 작가는 이후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여러 히트작으로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은 여전히 김은숙 시대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드라마는 캐릭터, 스토리,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20년 동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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