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일,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가 새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장소가 이전하고 규모가 증대했으니, 기존 매장을 다듬었다기보다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 것과 다름없다. 리차드 밀은 2005년 홍콩에 첫 아시아 부티크를 연 뒤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12개국에 독창적 콘셉트의 부티크를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부티크를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데, 그중 서울은 전 세계 리차드 밀 부티크 최초로 파사드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청담동 거리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웅장한 외관은 한국의 전통 창호 및 문살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물 외벽 전체에는 사계절과 두루 어울리는 차분한 아이보리색을 더했고, 나무와 황동색 금속을 장식해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파사드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2개의 소나무 기둥은 높이가 7m에 달한다. 이는 리차드 밀의 새로운 부티크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듯 묵직한 느낌을 주며, 음각 처리한 브랜드 로고 장식으로 절제미를 드러낸다.
서울 부티크는 총 300평 규모로 1층과 2층은 부티크, 3층은 사무실이다. 1층은 베이지와 밝은 오크우드 톤이 주를 이루며, 머무는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특히 벽체, 통로 등 모든 주요 구조물에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조명 또한 직접등을 배제하고 간접등을 설치해 은은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고객이 부티크에 처음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반원형 라운지에서는 안락한 소파에서 창밖 풍경과 함께 서적 및 리차드 밀과의 파트너십을 이어온 스쿠데리아 페라리 F1팀의 레이싱카 모형을 만날 수 있다. 이후 복도를 따라 매장 안으로 동선을 옮기면 타임피스를 감상할 수 있는 3개의 쇼케이스를 비롯해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살펴볼 수 있는 서가가 펼쳐진다. 서가를 지나면 원형 책장으로 둘러싸인 응접 장소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 고객들은 편하게 앉아 상담받으며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미를 품은 공간
1층의 유려한 곡선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어진다. 2층은 리차드 밀의 VIP 고객을 위한 공간으로, VIP들은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거나 시계를 감상할 수 있다. 원목과 패브릭 소재를 활용해 편안한 색감과 분위기가 특징이며, 1층과 마찬가지로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과 원형을 적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전한다. 2층 가운데에는 순천만에서 영감받은 2개의 원형 라운지가 자리하는데, 미닫이로 여닫을 수 있는 가벽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되거나 2개의 독립 공간으로 사용 가능하다. 곳곳에서 한국적 요소를 발견할수 있는데, 한옥의 서까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천장과 전통 창호, 문살을 조화롭게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2층 가장 안쪽 공간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두어 향후 리차드 밀만의 전용 키친에서 제공하는 프라이빗 다이닝을 비롯한 특별한 고객 행사를 선보일 계획이다.
리차드 밀은 혁신적 신소재와 함께 복잡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서울 부티크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이테크적 요소보다는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 영감받아 유행을 타지 않는 소재와 예술 작품을 활용해 편안하고 차분한 공간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다. 리차드 밀이 추구하는 신념과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의 진정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커머셜 디렉터 알렉스 밀은 서울 부티크와 관련해 이렇게 전했다. “브랜드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조화롭게 선보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우리는 ‘편안함’, ‘세련미’, ‘신중함’을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를 대표하는 세 가지 요소로 정했다. 기존 시공 방식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했고, 완벽한 디자인 품질과 미학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소재를 소싱하는 과정에만 1년여의 시간을 투자했고, 그 결과 최고급 소재를 통해 나무, 금속, 석재, 글라스, 플란넬, 콘크리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자재의 형태와 질감을 살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티크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인간적 따스함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재 환대 방식을 예술적 수준으로 확장해갈 예정이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에는 리차드 밀만의 선구적 디자인과 독보적 기술력, 신념, 예술성이 담겨 있다.
혁신의 대명사 리차드 밀
시계업계에서 ‘하이엔드’라는 수식어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유서 깊은 역사는 물론 뛰어난 마감, 복잡한 기능 등 까다로운 기준이 요구되지만, 24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리차드 밀을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라 부르는 데 그 누구도 주저함이 없다. 이런 혁신은 전통적 시계 제작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관철해온 창립자 리차드 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는 경영에서 물러나지만, 알렉스 밀과 아만다 밀 두 자녀가 그의 신념을 이어받아 리차드 밀의 2세대 경영을 준비 중이다. 알렉스 밀은 법학과 영상 제작 학위를 취득한 후 리차드 밀의 영상 제작팀에 정식 합류했다. 2016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카 지역 유통 총괄인 존 시모니안과 함께하며 커머셜 부문에 대한 탄탄한 배경 지식을 쌓았고, 2019년 부터 커머셜 디렉터 자격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아만다 밀은 두바이에서 여성 고객을 전담하는 프리빌리지 부서 총괄로 4년간 근무한 뒤, 본사에 브랜드 및 파트너십 디렉터 자격으로 복귀했다. 르망 클래식, 랠리 드 프린세스 행사 등 리차드 밀이 함께하는 주요 국제 스포츠 및 문화 행사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프라이빗 고객 행사를 총괄하고 있다. 알렉스 밀과 아만다 밀이 이끄는 리차드 밀은 앞으로 또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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