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자동차융합기술원(산업통상자원부와 전라북도 등이 공동 출자)이 100개 부품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 부품사와 중견 부품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하며 ‘낙수효과’가 대형 업체를 넘어 자동차 업계 전반에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중소 부품사(매출 15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은 5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4% 증가했다. 매출 역시 1조1129억원에서 1조2238억원으로 8.3% 증가하며 전반적인 실적 향상을 보였다. 중견 부품사(매출 1500억~7000억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조6212억원, 4015억원으로 작년 대비 7.3%씩 성장했다.
반면 현대차그룹 계열의 대형 부품사(매출 7000억원 초과)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차와 기아의 고급화 전략이 중소 및 중견 부품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히,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같은 고가 차량의 판매 증가가 부품가격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 부품사 이익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지난해 시행된 ‘납품 대금 연동제’이다. 이 제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납품 대금을 조정해주는 것으로, 중소 부품사에 주로 적용돼 이익을 증대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와 계열 부품사 간의 영업이익률 서열이 확고했으나, 최근에는 그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실적 변화는 부품사들이 미래차 기술 개발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동안 100개 부품 기업의 R&D 투자액은 2조242억원으로, 지난해 1조8907억원보다 7.1% 증가했다. 특히 중소 부품사와 중견 부품사의 R&D 투자도 각각 394억원, 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은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에 R&D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하며, 완성차 업체가 차량 개발 초기 단계부터 부품사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실적 고공 행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다가오는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가 미국 내에서 한국산 부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소 및 중견 부품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내 부품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히며, 현대차와 기아의 성장 전략이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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