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들이 기업가치 밸류업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는 가운데, ‘주주환원’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은행들의 자산 성장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의 주가는 올 들어 10~6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KB금융이 65.61%로 가장 많이 올랐고 하나금융(36.17%), 우리금융(22.23%), 신한지주(11.93%) 순이다. 이는 은행권의 잇따른 밸류업 방안 발표에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금융지주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G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7곳이다.
K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초과 잉여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한다. 13.5%가 넘으면 현금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에 무게를 둔다는 계획이다.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는 공통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를 내세웠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50% 달성 목표 시기는 2027년이다.
DGB금융지주는 ROE 9%, CET1 12.3%, 주주환원율 40%를 목표로 세웠고 BNK금융은 CET1 12.5%, 주주환원율 50%를, JB금융지주는 ROE 15%, 주주환원율 50% 중 자사주 매입·소각 비중 40%가 목표다.
문제는 주주환원에 무게를 두는 만큼 은행권 자산 성장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우현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올해 대형 시중은행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연달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가만히 뜯어보면 자산부문 성장성에 있어 제약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환원율은 주주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약간 늘릴 수는 있어도 줄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수익성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국내 은행의 NIM은 1.55%로 올해 1.59%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내년 이자이익 추정치는 62조원으로 올해 60조5000억원과 유사할 전망이다.
정 국장은 "내년에 (은행들) 수익성이 정체되면서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은행들이 주주들에게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이행될 경우 주가 정상화 가능성 역시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및 금리 추이에서 볼 수 있듯이 내년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고, 이는 국내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국면에서도 은행들이 당초 계획한 주주환원 강화가 예정대로 이행된다면, 은행주의 주가 정상화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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