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5일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시장이 들썩였다. 2017년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이후 7년 만이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4년 5개월 만에 4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자 강력한 주가 방어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 부진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에 따른 미중 갈등 심화,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 등이 겹치며 '4만전자'를 찍었다.
지난 7월 11일 8만88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넉 달 여가 흐른 지난 14일에는 5만원대가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결국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0.9배 밑으로 떨어졌다. 현금성 자산만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번에 매입하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는 향후 1년간 분할 매수하고 이 중에 3조원 규모는 3개월 내 사들여 전량 소각한다.
나머지 7조원 규모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추후 결정된다.
◇자사주 매입이란?
그럼 자사주 매입이 무엇이기에 삼성전자의 단행 소식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것일까?
자사주 매입(buy-back)이란 기업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주식시장 등지에서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주식유통 물량이 줄어들어 그 기업 주가가 오르는 요인이 된다. 또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순이익(EPS)가 증가한다. EPS가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효과가 발생하며 이는 주주가치를 증대시킨다. 이 경우 주주는 배당을 직접 받지 않아도 자산 가치가 늘어나 이익 환원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종의 간접적인 배당 효과를 내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해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자사주 자체로 우호지분으로 쓰이진 않지만 우호적인 기업과 서로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벌인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영풍과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는 사례 등이 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주식을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인 미국의 테슬라는 자사주를 대거 무상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재들을 유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슬라 전임 엔지니어는 기본 급여로 8만4743만달러(약 1억1870만원)를 받고, 스톡그랜트(자사주 무상지급)로 적게는 1만5000달러(약 2100만원)에서 많게는 5만달러(약 7000만원)을 받는다.
또는 회사 소유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해외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며 지분 확보에 나서려고 하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엘리엇의 영향력을 줄이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성사시키고 경영권을 방어했다.
한편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투자활동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성장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로도 받아들여져 주가 상승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놀라운 자사주의 마법
지금까지 설명한 이같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여러 가지 효과들을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부른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소각으로 주주환원 효과를 발생시키고, 경영권을 방어하고, 스톡옵션이나 성과급 등 직원을 보상하고, 안정적인 재무상태에서 투자기회 부족 시 회사의 잉여 현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식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화하는 '마법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자사주 매입은 현금을 통해 이뤄지므로 과도할 경우 회사의 유동성이나 부채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일시적으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과가 동반돼야 장기적으로 내실있는 주가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에 돈을 썼다가 자칫 연구개발(R&D)이나 신규 사업 투자와 같은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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