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김재호(왼쪽)와 KT로 이적한 허경민.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가 7년 연속(2015~2021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왕조’를 건설했을 때, 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철벽수비의 이미지를 굳힌 내야였다. 센터라인(2루수~유격수)의 움직임에 따라 코너 내야수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포메이션은 팀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당시 한 유망주 선수는 “1루수 오재일(현 KT 위즈)과 유격수 김재호, 3루수 허경민(KT) 선배가 서 있는 그 자체가 두산의 매력”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나 이제 왕조 시절 내야진의 핵이었던 선수들은 모두 떠났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허경민이 8일 KT로 이적한 데 이어 김재호는 14일 은퇴를 선언했다. 1루는 양석환, 2루는 강승호가 선배들의 빈자리를 메운 상황에서 나머지 두 자리도 누군가가 채워야 한다. 당장 전력 약화를 피할 순 없겠지만, 빠르게 세대교체를 해야만 한다.
유격수와 3루수를 맡을 자원은 많다. 올해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던 박준영(27)을 비롯해 전민재(25), 이유찬(26), 박계범(28) 등이 후보다. 이들 모두 정확한 타격이 강점이다. 박준영은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도 지녔다. 수비 측면에선 유격수와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터라 이번 기회에 확실한 포지션을 정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2순위)에 지명된 여동건(19)과 2025년 1라운드 신인 박준순(18)까지 빠르게 성장한다면 선택지는 그만큼 넓어진다. 박준순은 “어떤 포지션이든 맡겨주시면 잘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두산은 젊은 선수들의 건강한 경쟁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경기도 이천에서 마무리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베테랑을 이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지금 훈련 중인 젊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많이 뛰어야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팀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며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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