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네덜란드 TTF 가스가격(다음 달 인도분)은 13일 기준 메가와트시당 44유로로, 10월 말 대비 약 15% 상승했다. 이는 연중 최고치였던 45유로에 근접한 수준이다.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기온 하락으로 인한 난방 수요 증가와 가스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독일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최저기온이 일부 지역에서 0도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EU 역내 가스 재고는 12일 기준 비축능력의 약 92%를 기록하며 10일 연속 감소했다.
공급 문제도 가스 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수송 협정이 2024년 말에 만료될 예정이나, 협정 연장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로 인해 유럽으로 유입되는 가스 공급이 하루 4200만㎥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노르웨이, 터키, 중앙아시아의 파이프라인 문제가 더해지면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변화와 중동 지역의 긴장이 LNG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경우, 유럽의 가스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NG 비축 시설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강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3월 말까지 가스 비축 수준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심각한 가스 부족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코로나19 이전 10년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높은 가격이 산업용 가스 수요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 가스 가격 상승은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와 유럽의 가스 시장 연계성이 강화되면서, 유럽의 가격 상승이 아시아 LNG 가격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아시아의 LNG 가격은 유럽보다 약간 높아 미국산 LNG가 아시아로 유입되고 있으나, 유럽 가격이 더 상승하면 미국산 LNG가 유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본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연료 및 전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글로벌 시장의 연료 가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에너지 수급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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