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직장인 엄마 정소라씨(37·가명)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어린이집의 원아 수 감소로 폐원이 결정돼 늦어도 2주 안에 새 어린이집을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동네 어린이집 대기는 빨라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10월29일 오세훈 시장의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계획을 내놨다. 2022년 발표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에 저출생 문제 해법을 담은 업그레이드 정책이다.
난임 시술비 지원, 조부모 돌봄 수당, 서울형 키즈카페 등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는 지난 2년간 평균 만족도 96.4%의 호응 속에 283만명에게 혜택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생·양육에 대한 시민 인식도 변화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육아 친화적 도시'라는 양육자들의 인식(3.56점)이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행 전인 2022년(3.30)보다 향상됐다. 자녀 출산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자녀 부부 68.5%, 유자녀 부부 30.3%로 2023년(56.5%, 27.3%) 대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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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공백 해결 아닌 노동시간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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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육아 경험자들은 저출생 문제 해법의 핵심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제도 혜택을 받기 어려운 비직장인 사각지대에 주목했다.
대기업에 비해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용할 기회가 적은 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해 '중소기업 워라밸 포인트제'를 시행했다. 내년부터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 ▲동료 응원수당 제공 ▲서울형 출산휴가 급여 보전을 추가한다. 육아휴직자 대체인력으로 근무시 6개월간 월 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동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1·2차 모집 결과 289개 기업이 신청, 177곳이 선정됐다. 112개 기업도 심사 절차가 진행중이다. 현행 출산휴가 90일 중 마지막 30일은 사업주의 급여 지급 의무가 없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가 최대 90만원을 지원한다.
출산·육아 지원의 사각지대 소상공인도 10월부터 지원중이다. 지원 내용은 ▲육아휴직자 대체인력 지원(6개월 대체인력 또는 인건비 지원) ▲민간 아이돌봄 서비스 연계(사업주·종사자 이용 요금의 ⅔ 지원) ▲휴업 손실 지원(사업주·배우자의 임신·출산 휴업시 임대료 지원) 등이다. 1인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도 임산부 90만원, 배우자일 경우 80만원을 지원한다.
맞벌이 직장인이자 두 자녀의 부모인 A씨는 "정부와 지자체가 좋은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육아 공백을 대체인력으로 막는 것이어서 아쉽다"며 "사실상 노동시간 유연화와 '부모만이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 변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이재림 서울대 교수가 서울시민 15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서울가족 서베이'에서도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정책과 현금보단 공공 돌봄 서비스의 지원이 더 요구된다는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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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 육아맘 '휴식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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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돌봄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맡길 수 있는 '서울형 시간제 전문 어린이집'과 초등학생 등교를 지도하는 '서울형 아침돌봄 키움센터'는 25개 구로 확대됐다. 아침돌봄 키움센터는 올해 4월부터 운영해 4862건이 신청됐다.
지난 6월 운영을 시작한 시간제 어린이집은 100일 만에 695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급한 일이 생겼거나 집안일, 휴식이 필요할 때 6개월 이상 7세 이하 자녀를 월 60시간 한도로 맡길 수 있다. 시간당 2000원을 내며 이용자의 만족도는 95%로 나타났다.
시간제 어린이집을 이용중인 B씨는 "첫째가 여섯 살, 둘째가 21개월인데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집안일도 많고 첫째의 방학 동안 하루 2~3시간씩 이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새로 문 연 시간제 어린이집은 ▲광진구 광진어린이집 ▲마포구 하랑어린이집 ▲은평구 은화어린이집이다.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는 예약과 취소 내역을 확인하는 카카오톡 알림톡 기능도 추가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맞벌이가 늘고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면서 긴급한 상황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의 수요가 많아졌다"며 "한두 시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양육자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아이를 낳을 결심은 더 쉽게, 아이 키우는 부담은 더 가볍게 하고자 했다"며 "저출생 문제는 한두 개 대책으로 반전을 이루기 어려운 만큼 서울시가 퍼스트 무버로서 다양한 정책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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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 개선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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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개선 방안도 마련됐다. 지난 8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잠적한 후 서울시는 긴급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 지난달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은 ▲급여 지급 방식 선택(월 1~2회) ▲이동 거리·시간 최소화 ▲밤 10시 귀가 확인 폐지 ▲체류 기간 연장(3년 이내) ▲체류관리 특별교육 등 필리핀 대사관과 협조 강화 등이다.
현재 98명의 가사관리사가 169개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이용자의 60%는 다자녀나 맞벌이로 나타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한 O씨는 "직업과 사생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점이 편리하고 성실하게 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후기를 전했다.
서울시는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오픈한 임신·출산·육아 플랫폼 '몽땅정보 만능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로그인 한번에 25개 정책 신청(유관 사이트 통합) ▲이용자별 맞춤형 정책 알림 ▲공공마이데이터와 연계해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첨부 없는 신청 등이 가능해진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 1년간 하루 평균 4000여명, 연간 총 140만명이 방문하고 9만명이 가입했다. '서울형 아이돌봄 활동 체크 앱'이 구축되면 로그인 없이 QR 코드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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