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이재인 기자] 축산물 이커머스 플랫폼인 미트박스글로벌이 지난 11일 일반공모 청약 전날 코스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이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게 4.5%라는 결코 낮지 않은 인수수수료까지 보장하며 상장에 열을 올리던 행보와는 동떨어진 결정이다.
시장에서는 수요예측 이후 공모가 확정일인 지난 11일 철회신고서를 낸 상황을 감안해 수요예측 흥행 실패가 상장 철회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미트박스글로벌과 설로인을 두고 펼쳐진 벤처캐피탈(VC)간 엑시트 승패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잘나가던 미트박스, 왜 미끄러졌을까
미트박스글로벌의 코스닥 상장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VC업계에서 경쟁사로 여겨지던 설로인보다 한발 앞서 지난 5월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했다. 한층 까다로워진 예비심사승인도 불과 4개월만에 통과했다.
이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수익성 덕이다. 실제 미트박스글로벌은 최근 5개년(2019년~202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 52.7%를 기록했고, 2022년 첫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년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트박스는 100% 신주 발행으로 230억~285억원(희망공모가 밴드 기준) 모집을 계획하며 주관사인 미래에셋에게 총액인수 수수료로 10억6600만원을 보장했다. 희망공모가 밴드 최하단 기준 조달자금의 4.5%에 달하는 낮지 않은 수준이며, 수요예측 기여도 등을 감안해 추가적인 성과수수료 지급 여지도 남겨뒀다.
하지만 수요예측 등 상장절차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수요예측 이후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던 결과는 들을 수 없었다. 공모가액 확정 공고일인 11일엔 발행 조건 확정 공시가 아닌 철회공시를 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 대다수가 희망공모가 밴드의 최하단인 2만3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철회와 동시에 IPO 잔여 일정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내년 3월 초까지 유지되는 만큼 가급적 올해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초 코스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계획도 드러냈다.
◇산산조각난 VC의 엑시트 기대감
미트박스글로벌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상장 철회 결정에 ”프리IPO에 투자한 것은 두 배나 열배 정도의 큰 수익기대를 보고 하진 않았다”며 “얼른 기업이 IPO를 하고 엑시트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상장이 연기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미트박스는 설립 이후 VC들의 투자 러브콜이 이어졌다. 지난 2016년 SAVA(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투자 받기 시작했다. 이후 시리즈C까지 ▲SAVA(소프트뱅크벤처스) ▲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캐피탈 ▲데브시스터즈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VC의 투자로 누적 투자액 260억원이다.
지난 7월에는 펀드 만기가 다가온 초기 투자자 SAVA, 데브시스터즈벤처스, 보아스인베스트먼트 등이 보유한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며 구주거래도 일어났다. 인수자는 어센도벤처스와 미국계 사모투자회사 프로테라인베스트먼트로, 각각 스마트어센도그린뉴딜투자조합과 프로테라아시아펀드를 통해 투자했다.
이번 상장 철회로 VC들의 엑시트 기대감은 깨져버렸다. 당장 내년도 재추진 계획이 발표됐지만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나 제 가치를 인정받을지 미지수인 탓이다.
VC들의 엑시트 대책 마련과 함께 미트박스의 향후 성장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트박스는 이번 상장으로 모집한 자금을 ▲시설자금 ▲타법인증권취득 ▲운영자금 순서로 우선 순위를 정해 사용하고자 했다. 2025년에만 Smart AI 물류 인프라 투자에 약 62억원을 식육포장처리업 지분 51% 인수 구조 추진으로 67억원 총 약 13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시설투자와 M&A의 경우 이미 계획이 세워진 만큼 이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상장 없이 추진할 경우 상장이 아닌 다른 방안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미 앞서 올해 프리IPO까지 진행한 상황이라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25년에만 약 130억원을 차입할 경우 부채비율은 증가하고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추후 상장시 수익성 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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