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팝 축제 2만5천 관객 동원…내한 공연 규모 키우는 사례 잇따라
다양한 장르 강점·젊은층이 유행 주도…국내 시장 진출 더 활발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1. 국내 최대 규모 J팝 음악 축제를 표방한 '원더리벳 2024'는 3일간 관객 약 2만5천명을 동원하며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올해 처음 열린 행사임에도 젊은 남성 관객을 중심으로 호응을 얻자 주최 측은 일찌감치 내년 개최를 확정했다.
#2. '베텔기우스'(BETELGEUSE) 등을 부른 일본의 유명 싱어송라이터 유우리는 내년 5월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내한 공연을 개최한다. J팝 솔로 가수가 'K팝 성지'로 불리는 KSPO돔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17일 가요계에 따르면 J팝 가수가 주축이 된 원더리벳 페스티벌에 이어 유우리, 요아소비 등 일본 가수들의 대규모 내한 공연이 잇달아 흥행하고 있다.
개성을 갖춘 J팝 가수들이 밴드 음악과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내세워 한국 음악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외 40개 팀이 출연한 원더리벳 페스티벌은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과 힙합 그룹 크리피 넛츠, 록밴드 스미카 등 폭넓은 장르의 아티스트를 섭외하며 호응을 얻었다.
주최 측은 J팝의 경우 밴드음악, 아이돌, 힙합 등 다양한 시장을 한꺼번에 묶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힙합 등 특정 장르에 특화된 페스티벌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공연시장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요소다.
원더리벳 관계자는 "J팝은 트렌드를 담아내면서도 특정 음악 장르에 갇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J팝 자체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축제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며 "한일 양국 아티스트들이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는 쇼케이스의 장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때 '오타쿠'(특정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J팝은 최근 2∼3년 사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양상이다.
이마세의 히트곡 '나이트 댄서'(Night Dancer)는 지난해 J팝 곡 최초로 멜론 '톱 100' 차트에 진입하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음원 플랫폼 멜론이 올해 상반기 연령대별 J팝 음원 이용률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5.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1%로 뒤를 이었다.
원더리벳 페스티벌 역시 10∼20대가 전체 관객 중 85%를 차지했다.
이처럼 유행에 민감한 젊은 관객들이 J팝 인기를 이끌면서 가수들은 빠른 속도로 팬층을 불릴 수 있었다. 내한 공연을 열었던 일본 가수들이 공연장 규모를 키워 재차 공연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유우리의 경우 이달 약 1천석 규모 예스24라이브홀에서 공연을 열었으나 6개월 만에 1만명 이상 관객을 들일 수 있는 KSPO돔에 입성한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혼성 듀오 요아소비는 다음 달 7∼8일 대형 실내 공연장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공연을 펼친다.
다음 달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하는 싱어송라이터 후지이 가제 또한 지난해 광운대학교 대극장 공연보다 규모를 키워 돌아왔다.
향후 일본 아티스트의 국내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팝 시장이 아이돌 음악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어 다양한 장르를 앞세운 J팝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써클차트 해외 음원 상위 400곡 중 일본 아티스트 수는 1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명 증가했고, 곡 수는 9곡 증가한 34곡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K팝 음악산업의 급성장 이후 국내 음원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르 쏠림 현상으로 인한 빈틈이 J팝의 국내 진출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J팝 가수들이 다양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수들이 주도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창작 환경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J팝에서 인기를 끄는 가수들을 보면 곡을 직접 쓰는 등 창작의 주도권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기획자가 있는 경우에도 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독특하고 매력적인 포인트를 전달한다. 그렇기에 현재 유행하는 J팝 아티스트들은 몰입의 경험에서 호소력을 지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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