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짧게 인사만 나눴던 것과 달리 올해는 별도 양자 회담을 열고 한반도 정세와 경제 협력 방안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이날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열렸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정상회의 후 북러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특히 이번 성명에는 3국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한미일 사무국'을 설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북러 밀착 심화 관계 속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한중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진핑 주석은 먼저 “지난 2년 동안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많이 변했고, 중한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가 어떻게 변화를 하든 중한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함으로써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서로 통하며 경제가 서로 융합된 장점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류 협력을 심화하고,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 주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윤 대통령과 인도 역할을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전 발리에서의 회담을 언급하며 당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한 공통의 신념에 기반해서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기로 하고, 양국 협력에 대해 유익한 대화를 나눴었다”며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국이 올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한 여러 계기에 활발하게 교류해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안보,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중요한 국가”라며 “양국이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하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시 주석의 발언에 화답했다.
특별히 윤 대통령은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특히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러북 군사 협력에 대응해 한중 양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지난 30여 년간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 되어 온 경제 분야 협력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날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방한과 방중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년 가을 APEC 정상회의가 한국 경주에서 열리고, 중국이 2026년도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수임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방한, 방중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회담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공동성명을 통해 안보를 포함한 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사무국’ 설립이 발표됐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신설되는 사무국은 인도-태평양을 번영하고, 연결되며, 회복력 있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목표와 행동들을 더욱 일치시키도록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출범하게 될 한미일 3국 협력 사무국은 “3국 간의 더 큰 협력을 이끄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도 재확인했다. 나아가 국제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한 무기 거래, 악성 사이버 활동, 해외 노동자 파견을 포함한 북한의 불법적인 수익 창출 방법"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서 볼 수 있듯이 엄중한 역내외 안보 환경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은 인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에서 이시바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윤 대통령의 비전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인권 문제도 언급됐다. 성명은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촉진하고,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앞서 열린 가운데, 양안 관계에 대한 3국 입장도 담겼다. 한미일 3국은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하며,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이시바 총리와 시 주석과의 첫 중일 정상회담도 이뤄진 가운데, 윤 대통령 역시 이시바 총리와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과도 별도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지원 대책 등을 논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은 내년 1월 공식 취임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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