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강화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매가격의 상승폭도 둔화된 가운데, 전월세로 실수요가 이동하며 월세 가격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규제 여파로 주택시장의 월세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부동산R114가 발표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50.29로, 2002년 5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월세가격지수는 0.13% 상승했다. 수도권(0.24%), 서울(0.22%), 지방(0.03%)에서 모두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의 경우, 시중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 수요 일부가 월세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9617개로 지난 9월 초 대비 32%나 늘었다. 전세 매물이 같은 기간 21%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사철을 맞은 학세권 지역의 실거주 수요 유입이 지속되면서, 월세 가격이 빠르게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노원구 아파트 월세가 0.37% 올라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어 성동구(0.35%)가 금호동1가 및 옥수·응봉동 역세권의 선호단지 위주로, 서초구(0.35%)도 잠원·반포·서초동 학군지 위주로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경기 역시 같은 기간 과천·시흥시 대단지 위주로 전월 대비 0.20% 상승했고, 인천도 서·부평·미추홀구 주요 단지 위주로 견고한 월세 수요가 이어지며 월세가 0.44%나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전·월세의 경우 선호 단지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전세대출 이자가 상승해 전세 수요 일부가 월세로 옮겨가며 월세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0.9포인트(p) 상승한 118을 나타내, 2015년 12월 집계 이후 최고치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지역별로 강북 14개구 아파트 월세 지수는 117.6, 강남 11개구는 118.2로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월세가격 상승률은 5.2%에 달한다.
서울 외 수도권의 월세지수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전체 월세지수 역시 119.6으로 집계 이후 역대 가장 높았다. 전년 같은 기간의 113.1과 비교하면 6.5p나 상승했다. 경기도와 인천도 각각 120.7, 119.6으로 전년 대비 6.1p, 6.5p씩 지수가 올랐다.
아파트 외에 오피스텔 월세 가격도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가격은 9월 90만2000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88만9000원)과 비교하면 1.46%(1만3000원)나 상승했다. 평균 보증금도 같은 기간 2281만7000원에서 2296만1000원으로 0.63% 올랐다.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월세 시장으로 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오피스텔 원룸의 전세 비중은 지난해 9월 36.4%에서 올 9월에는 24.1%로 1년 새 약 12%p나 줄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신축 공급을 통해 실수요가 자연스럽게 분산된 상황이 아니어서 대체재인 전월세 임대차로 이동 중”이라며 “임대차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면 매매거래가 위축되는 사이 전세 거래량은 늘어날 조짐으로 월세 가격 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을 매월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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