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지난 14일 추인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를 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이사의 충실의무를 모든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는 정부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방안으로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재계는 이 같은 상법 개정안 추진이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계기로 주주들에게 소송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는 투자여력 확보를 비롯한 여러 명목으로 회사의 이익을 장기간 유보할 것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소수주주는 배당 확대나 당장의 이익 분배를 요구할 수 있다.
지배주주가 이를 거부할 경우 소액주주는 '이사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경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제품 또는 서비스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어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1.3%가 제도가 도입되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현재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M&A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는 응답도 52.9%에 달했다.
일각에선 이사의 충실대상이 주주로 확대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사에 대한 소송 증가 및 주주 간 갈등 증폭만 가져올 뿐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고 이사에 임명된 자가 주주에 대해 직접 충실의무를 부담하면 이사회의 독립성과 상법 및 민법 체계를 혼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천 광장 변호사는 "현행 상법 개정안만으로는 이사가 충실의무 준수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주주들이 이사의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할 우려로 회사의 자본거래 자체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이사충실의무 확대를 직접적으로 규정할 경우, 다양한 역효과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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