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소설 왕자의난33] "100살까지 살라는 눈치 없는 놈(?)은 잘라라"

[다큐소설 왕자의난33] "100살까지 살라는 눈치 없는 놈(?)은 잘라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4-11-16 03: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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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패러디 삽화=최로엡

 왕회장이 120살까지 살거라고 말한 것은 휸다이그룹의 웬만한 경영인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평소 “유언장을 써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왕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들이 미리 유언장을 써서 변호사에 맡겨 놓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을 비웃었다. 오래 사는 것에 대한 애착이 그토록 강했다. 천수를 누리는 것에 대한 애착과 사업에 대한 애착이 똑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왕회장을 가까이 보좌했던 휸다이건설의 이박명 전 회장(당시 서울시장) 도 이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의 자서전 ‘멸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 에서 이를 언급했다.

 “왕회장님은 100살까지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20년 동안은 전 세계를 유람하다가 120살에 생을 마감할 거라고 했다.” 

 왕회장이 77세 생일 때다. 울산의 휸다이중공업 조선소 영빈관에서 잔치가 준비됐다. 회사 중역들이 모두 모였다. 전무 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건배를 하며 이렇게 외쳤다.

 “왕회장님 백수를 누리십시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왕회장은 이박명 회장을 불렀다.  자신은 120살 까지 살겠다는데 100살까지 살라고 잔을 들어 건배사를 한 놈은 어떤 놈이냐고 말을 꺼냈다. 그 전무 는 하는 수 없이 6개월 동안 다른 계열사로 전근을 갔다가 복귀해야만 했다.

진시황제와 같은 장수의 꿈을 꾼 왕회장은 어느날 부터 말수가 부쩍 줄었다는 게 간신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일종의 울화병이다” 왕회장 비서 출신 인사의 설명이다.

 “왕회장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떨어진뒤 ‘멘탈에 문제’ 가 생기기 시작했다. 심한 것은 아니었다. 노화현상의 하나로 보면 된다. 우선 눈에 띄게 말씀이 많이 줄었다.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나 봐라! ‘이건 왕회장의 지시다’ ‘이건 왕회장이 사인을 해줬다’ ‘이건 왕회장이 내린 조치 다’ …….  갑자기 휸다이그룹에서 이같은 말들이 난무해 여기저기서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왕회장이 하지도 않은 말들이 그의 말을 빙자해 돌아다녔다. 그의 아들들이 그러고 다니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간신들이나 전문 경영인들까지 이런 소리를 하고 다녔다.”

 대선 이후 왕회장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 주변에선 대선 패배의 울분을 삭이지 못해 스스로 그렇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왕회장 측근의 말이다.

“왕회장은 대선이 끝난 뒤 몇 개월 동안 청운동 집에서 칩거를 했다. 당시 그를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우려를 많이 했다. 하루 종일 넋 나간 사람처럼 하염 없이 먼 산을 바라봤다. 어떤 땐 청운동 인왕산 바위를 한참동안 바라고보 있는 진이 다 뺀 사람처 럼 보였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모든 것을 다 걸었었다. 쇼크가 그만큼 커 회복이 쉽게 안됐던 것이다.  왕회장은 선거에서 진뒤 검찰에 불려가 새파랗게 젊은 검사한테 모욕적 인 언사까지 들어야만 했다. 끓어 오르는 분을 삭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일종의 울화병을 얻어 건강을 해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왕회장을 보좌한 비서 출신들은 그가 절대로 심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대선 패배로 정신적 • 육체적 건강을 갑자기 잃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그가 선거에서 진 뒤 잠시 괴로워했지만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는 주장이다. 그의 인생 역정을 보면 그런 충격으로 무너질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왕회장은 왕자헌 회장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거 패배로 쓰디쓴 고배를 마시고, 치열한 경쟁자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보복차원의 시련과 수모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실패한 것이 없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라. 나의 실패가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의 실패다. 나는 그 저 선거에 나가서 뽑히지만 못했을 뿐이다.”

 왕자헌 회장은 “그렇게 강단 있게 말씀하시고도 눈가에 눈물이 맺히셨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왕회장은 1997년에 또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고도 했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다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지 못해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큐소설 왕자의난3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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