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아름다운 숙소 6.
서울, 여정
임태병 건축가의 작업 공간 일부를 누군가가 머물 수 있는 ‘중간 주거’ 형태로 만든 ‘여인숙’. 이곳의 2층에 1인 전용 스테이 ‘여정’이 자리한다. 침구와 좌식 책상, 다도 세트 등이 단출하게 놓인 공간은 내 작은 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광정을 통해 스며드는 햇빛을 제외하면 바깥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니 나만의 시간에 침잠하고 싶을 때 찾아가볼 만하다. 고요한 이곳에서 차를 내려 마시거나 아끼던 책을 읽고, 잠시 밖으로 나서 불광천을 따라 걸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홀로 보내는 하룻밤의 여정이 외롭지만은 않을 듯하다.
add 서울 은평구 응암로21길 17 2층
제주, 무디타
별다른 일정 없이 숙소에서 오롯이 하루를 보내도 아쉬움이 없을 공간이다. 애월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은 ‘무디타’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호스트가 오래도록 빈 채로 남아 있던 할아버지의 옛 창고를 개조해 완성한 독채 숙소다. 작은 방에 나 있는 창을 열면 곧장 이어지는 뒤뜰의 툇마루가 이번 여행에서 무디타를 찾으려는 이유다. 이곳에 자리를 펴고 누워 온종일 수산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읽고 싶었던 책 한 권을 끝까지 마치고 싶다. 해 질 무렵에는 저수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 거실 한편에 마련된 현무암 자쿠지에서 몸을 녹이며 내일을 준비해본다.
add 제주시 애월읍 수산서3길 11-4
instagram @mudita.jeju
고성, 서로재
강원도의 가장 북쪽, 강릉이나 양양, 삼척의 소란함과는 멀찍이 발을 떼고 있는 고성. 강원도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 게 고성 덕분이다. 한적한 고성에서도 유난히 한적한 마을 삼포리에는 늪이 있고 풀이 무성해 풀이름 순(荀)에 호수 포(浦)를 쓰는 ‘순포 마을’이 있다. 순포 마을에 자리한 서로재는 바다와 숲, 호수를 품은 자연 속에 어떻게 건축이 순응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간결한 콘크리트가 따뜻한 질감을 낼 수 있으며, 과묵한 건축이 고요한 사위와 어떻게 조화로울 수 있는지를 단 하룻밤 묵는 것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곳이다. 이름처럼 새벽녘 가라앉은 공기와 이슬 맺힌 풍경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2022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카인드 건축사사무소의 작품.
add 강원 고성군 죽왕면 봉수대길 118
평창, 취호가
사람이 숨을 쉬고 잠을 자기에 가장 좋은 고도가 해발 700m라는 사실을 취호가 덕분에 알게 됐다. 평창의 해발 700m에 자리한 이곳. 푸른 소나무 숲을 앞에 둔 히노키 탕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기꺼이 떠나고 싶어진다. 깊은 밤, 새비재에서 은하수를 담고 온 깨끗한 마음을 이곳에 뉘이고 싶다.
add 강원 평창군 진부면 호명길 313-31
instagram @chwihoga
광주, 유유한
별다른 일정이 없어도 여행은 고단하다. 그런데 이번엔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비엔날레를 즐겨야 하니, 숙소만큼은 고요하고 포근해야만 한다. 그 조건 하나로 ‘유유한’을 찾아냈다. 한가로이 느릿느릿한 모양이란 뜻의 사자성어 유유한한(悠悠閑閑)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는 이름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이름처럼 그곳에서 쉬는 동안은 여유롭게 차 한 잔을 하면서 보낼 작정이다. 동백나무가 있는 마당 한 편에 자리를 잡고 서점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에서 사 온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add 광주 동구 백서로224번길 6-6 1층
instagram @yuyuhan.kr
남해, 앵강스테이
하루의 일정이 마무리될 때쯤 남해 바닷가를 걷고 싶다. 그러다 백사장에 가만히 앉아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파도가 철썩이는 광경을, 하염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무구한 움직임을 보고 싶다. 앵강만 근처에 위치한 ‘앵강스테이’는 남해를 온전히 느끼며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걸어서 5분이면 바다를 보러 나갈 수 있고, 독채 숙소라 어떤 방해도 없이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차실에서 직접 잎차를 내려 마시다가, 저녁이 되면 정원에 앉아 장작불을 태운 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슬쩍 올려다볼 것이다.
add 경남 남해군 이동면 남서대로197번길 37-3
instagram @stay_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