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적 확인란 문구가 공개됐다. 이를 본 시민들 사이에서는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험생을 향한 따듯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내용이 주로 선정되다 보니 시험 난이도만큼 많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수능 답안지에 실린 필적 확인 문구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로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 중 한 구절이다. 필적확인란은 수험생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문구로 매 과목 답안지에 수험생이 자필로 따라 적어야 한다.
수험생 송차은 양(19·여)는 "시험장에서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시험이 끝나고 보니 생각보다 좋은 말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며 "어제 이렇게 긴장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 문장을 시험장에서 봤었다면 살짝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 필적 확인란 문구를 본 여러 직장인들도 "수험생들이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 "매년 필적 확인 문구만 확인해도 눈물이 난다. 수험생들이 얼마나 힘들지. 모두 좋은 성적 얻기를" 등 수험생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수험생들이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문구처럼 살아가길 바란다", "아이가 원하는 꿈을 펼치면서 살아가길 기도한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직장인 최은선 씨(27·여)는 "수능 볼 당시에는 긴장하고 있다 보니 필적확인란이 뭔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하고 받아 적느라 바빴는데, 이번에 문구를 보니 새삼 따듯한 내용인 것 같다"며 "내가 수능을 쳤던 2017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란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필적확인란은 지난 200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2004년 11월 17일 실시된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수험생들이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부정행위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과 대리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적발된 곳은 광주광역시로 이후 전국에서 부정행위자가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능 시험의 허술한 감독 체계가 부각됐다.
이에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듬해 6월 모의고사부터 필적 확인 문구를 도입해 부정행위를 막고자 노력했다. 그때 당시 필적 확인 문구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나오는 한 구절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다.
필적 확인 문구는 출제위원들끼리 상의해 국내 작가의 문학작품 중에 고른다. 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문구가 주로 사용되며 필적 확인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가 담긴 문장이 주로 선정된다.
수능 문제 출제와 비슷하게 구체적인 선정 과정은 보안 사항으로 비밀이다. 수험생들의 필적을 가려내는 것이 목적인만큼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일정한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문장 길이는 12~19자사이여야 하고 'ㄻ', 'ㄾ', 'ㅀ' 등 겹받침과 'ㄹ', 'ㅁ', 'ㅂ' 등 세 자음 가운데 2개 이상이 반드시 문구에 포함돼야 한다.
또한, 수험생에 미치는 정서적 영향도 고려된다. 수험생이 답안지를 받은 뒤 가장 먼저 기재하는 것이 필적 확인 문구인 만큼 수험생을 응원하거나 희망을 북돋는 내용이 주로 채택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인용된 문구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로 지금까지 총 3차례 나왔다.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 문구는 첫 해인 2006학년도와 2017학년도에 각각 사용됐다. 같은 시의 첫 구절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는 2007학년도에 쓰였다.
2019학년도 수능에는 김남조 시인의 '편지'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가 필적 확인란 문구로 등장했다. 당시 SNS 등 온라인에서는 "수험생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문구"라며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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