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환우회가 조혈모세포 기증 활성화와 기증자 예우 강화방안을 모색하고자 11~12일 양일간 메기즈 도쿄와 일본골수뱅크를 탐방했다고 밝혔다.
이번 탐방은 우리나라에서 투병 중이거나 치료를 종료한 백혈병·혈액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메기즈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정보를 얻고 조혈모세포 기증 활성화 및 기증자 예우 강화 방안을 찾기 위해 추진됐다.
메기즈센터는 조경건축가인 ‘매기 케스윅 젠크스’가 자신의 유방암 투병 중 치료받는 환자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거주할 수 있는 장소와 친구 같은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경험을 계기로 1996년 영국에서 처음 설립됐다. 현재 영국 전역에 총 27개, 해외에는 홍콩·스페인·노르웨이·일본 등 총 4개가 설립돼 운영 중이다. 메기즈센터는 환자 친화적인 건축 및 조경양식, 의사가 아닌 환자 중심적인 운영, 보건의료인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는 휴먼서포트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이은영 공동대표와 허윤하 사무국장, 이도윤 팀장은 11일 메기즈 도쿄를 방문해 2시간 동안 아키야마 마사코 센터장으로부터 메기즈 도쿄 설립 계기 및 운영원칙, 필요한 재원 확보방법, 운영 중인 다양한 정서적 지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에 따르면 메기즈 도쿄는 영국의 메기즈센터보다 규모는 작지만 환자 친화적인 건축 및 조경으로 환자와 가족이 부담 없이 방문해 상담하거나 쉴 수 있도록 했고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간호사·심리상담사·영양사·재활치료사 등 다양한 직종의 보건의료인들이 암 환자의 투병 및 정서적 지지를 지원하는 ‘캔서 서포트 스페셜리스트(Cancer Support Specialist, CSS)’를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이번 일본 메기즈 도쿄 탐방과 내년 5월 예정된 영국 ‘West London 메기즈센터’ 방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매기즈센터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2027년 개원을 목표로 백혈병·혈액암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투병 및 정서적 지지를 지원하는 한국형 메기즈센터 설립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다음 날인 12일에는 ‘일본골수은행’ 회의실에서 사전 질의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일본골수은행은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자 모집 및 이식 조정 업무, 기증희망 등록 활성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오간 질의내용은 ▲일본에서의 이식 대기자수·기증희망 등록자수·실제 기증자수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환자수 ▲조혈모세포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 ▲이식 시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과 이와 관련된 건강보험 또는 국고 지원제도 ▲기증자 예우방안 ▲기증 거부율을 줄이기 위한 활동 등이다.
특히 이 시간을 통해 인구 대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자 수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높은 편이지만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환자 수 대비 실제 이식받은 환자 수 비율(이식률)은 일본이 월등히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2023년 기준 전체 인구수는 약 1억2300만명이며 이 중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자수는 55만4123명, 2023년 한 해 동안 모집된 기증희망 등록자 수는 3만6358명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인구수가 약 5175만명이며 이 중 조혈모세포 기증희망 등록자 수는 41만5546명, 2023년 한 해 동안 모집된 기증희망 등록자 수는 1만5475명이다.
일본은 2023년 기준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환자 수가 1822명이고 실제 이식받은 환자 수는 1086명으로 이식률이 59.6%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조혈모세포 이식 대기 환자 수는 6253명이고 실제 이식받은 환자 수는 1555명으로 이식률이 24.8%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적용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검사, 입원, 채취 등 의료행위에 드는 비용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환자가 일본골수은행에 지불하는 비용은 147천엔(한화: 134만원)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이유는 국가지원을 받거나 민간기업 후원 등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려고 적극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조혈모세포 기증자에 대한 예우적인 부분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또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담당자가 기증자가 입원한 병실을 방문해 감사패를 주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후생노동부장관이 모든 조혈모세포 기증자에게 감사장을 등기로 발송해 선행을 격려하고 있고 기증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일본골수은행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자와 수혜자인 백혈병·혈액암환자가 함께 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방문해 강연하는 방법으로 기증희망 등록자를 모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이번 일본골수은행 탐방을 계기로 조혈모세포 기증자와 수혜자가 함께 기증희망 등록자 모집 활동 전개, 기증희망 등록자수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 재원 확보, 기증 거부율을 줄이기 위한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 전개, 조혈모세포 기증자에게 수혜자인 백혈병·혈액암 환자를 대신해 백혈병환우회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활동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일본처럼 조혈모세포 기증자뿐 아니라 장기 기증자까지 포함해 보건복지부장관의 감사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을 요청하는 제안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